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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따뜻한 보훈복지의 현장에서

NSP통신, NSP인사 기자, 2017-09-05 10:44 KRD7
#대구지방보훈청 #대구보훈청 #김분희
NSP통신

(서울=NSP통신) 아파트 엘리베이트 문이 열리고 어르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복도가 쿵쿵쿵 울릴 정도로 음악 소리가 크게 들린다.

노래를 좋아하는 어르신은 희미한 청력으로 추억의 가요를 즐겨 들으신다. 그러나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셔서 소리가 얼마나 큰지 모르시니 오늘처럼 집 밖에 까지 음악소리가 들릴 때가 종종 있다.

보훈섬김이가 옆에 있어도 오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가요를 따라 부르다가 감정이 북받쳐 오르면 눈물을 흘리기도 하신다. 그리고 흥남부두, 이별의 부산 정거장, 단장의 미아리 고개에 대한 전설 같은 역사를 실감나게 들려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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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에 참전하여 인민군의 포탄에 청력을 잃은 어르신은 작은 소리는 거의 들을 수 없고 큰 소리만 들을 수 있었는데, 구순을 바라보는 지금은 큰소리도 잘 알아들을 수가 없어 입술 모양과 눈빛으로 겨우 의사소통을 한다.

어르신이 19세에 군에 지원 입대한 그 이듬해에 6.25전쟁이 터졌단다. 옥산 고지를 두고 낮에는 인민군이 점령하고, 밤에는 아군이 점거하여 일곱 번이나 뺐고 뺐기는 치열했던 안강전투를 실감나게 들려주신다.

똑같은 레퍼토리를 매번 새로운 눈빛으로 이야기 하며, 섬김이가 듣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생각을 하는지 확인도 하신다.

그럴 때면 마치 처음 듣는 이야기인양 눈을 맞추어 들어드리면, 총알이 비켜간 아슬아슬한 순간을 바로 앞에서 보는 듯이 생생하게 들려주신다.

그 중에서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던 위기의 순간을 함께 한 배 소위, 윤 중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실 때면 눈시울이 젖으신다.

전쟁 중에 인민군에게 포로로 잡혀서 인민군이 사용하는 총알과 전쟁 물자를 나르는 일을 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2명의 아군 포로와 함께 용변을 보고 오겠다고 인민군 상관에게 보고를 한 뒤, 멀찍한 골짜기로 가서 볼일을 보고 난 후 목숨을 걸고 인민군에서 탈출했단다.

복장이 인민군 옷을 입었기에 다닐 수가 없어 눈앞에 보이는 민가에 들어가서 자초지종 이야기를 하고 헐렁한 사복을 얻어 입었단다.

이틀 후 원대 복귀 해 보니 낯익은 소대원들은 거의 다 죽고 6명만 살아남았단다. 그야말로 구사일생이었다고 하신다. 마지막 이야기 중에 항상 잊지 않고 “그 많은 군인들 중에 내가 제일 용감한 군인이었다” 라고 힘주어 말하신다.

혼자 사시는 어르신 댁에 일주일에 두 번 방문하여 반찬도 준비해 드리고 청소, 세탁 등 가사 일을 도와드린다.

같은 도시에 5명의 자식들이 살고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자주 오지를 못하여 딸들 얼굴보다 보훈섬김이를 더 자주 본다고 웃으시며 보훈청에서 보내 준 우리 집 넷째 딸이라고 해 주신다. 그럴 때면 아픈 어깨가 시원해지는 듯하다.

젊음을 바쳐 나라를 지켜내시고 지금은 불편한 몸으로 홀로 사시는 어르신, 어르신의 노후가 외롭지 않게 나의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음에 감사하며, 어르신의 몸과 마음이 편안할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투고자 : 대구지방보훈청 보훈섬김이 김분희)

NSP통신/NSP TV peopl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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