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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메타버스 시대…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공유플랫폼 필요

NSP통신, NSP인사 기자, 2021-12-27 08:53 KRD8
#경희대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서울=NSP통신) NSP인사 기자 =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속담이 있다.

한국이 산업화에서는 뒤쳐졌었지만, 정보화에선 '앞서가자'며 달려가고 있다. 반면, 일본은 아날로그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디지털에서는 한국에 뒤쳐지고 있다. 일본 공무원들은 아직도 팩스를 사용하고,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금 결제를 많이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새 부대에는 디지털이 잘 담겨질 수 있지만 아날로그라는 헌 부대에는 디지털이 잘 담겨질 수 없었던 것이다.

한국은, 글로벌 진출에 있어 새 시장이 아니라 새 부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시장이라고 보는 관점은 제국주의적기도 하다. 물론, 새로운 시장의 확장이라는 개념으로 기존 패러다임의 비즈니스 모델을 들고 갈 수도 있지만, 새 부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세계 각국과 연합한다는 정신이 필요하다.

NSP통신-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경희대 제공)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 (경희대 제공)

그러면 저개발국가, 개발도상 국가들이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로 만들어 내면서 같이 성장할 수 있다. 성경에 '나중 된 자가 먼저 되고, 먼저 된 자가 나중 된다'는 구절이 있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의 세계에서 먼저 된 자가 나중되는 경우는 무수히 많다. 일본 아날로그 소니가 그랬고, 피처폰 시대의 핀란드 노키아가 그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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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나중 된 자가 먼저 된 사례도 있다.
아날로그시대에선 뒤쳐져있던 삼성전자가 디지털 시대에선 소니를 누르고, 먼저 된 자가 되었다. 산업화 시대에선 뒤쳐져있던 한국이, 노력한 끝에 한류의 바람이 기술과 컨텐트 분야에서 먼저 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 먼저 된 자는 곧 나중 된 자가 될 운명을 가진다. 인터넷 붐 시대에 기존 제조업은 그 인터넷 사업을 이해하지도 못했고, 그 결과 선도하지도 따라잡지도 못했다. 그 결과 현재 세계10대기업은 디지털 및 인터넷 혁명을 이끈 기업들로 채워졌다.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등의 플랫폼이다. 이 독점적 플랫폼 기업들 역시, 지금은 먼저 된 자이지만, 곧 나중 된 자가 될 운명을 지녔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독점적 플랫폼들은 사용자들의 데이터들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플랫폼이 등장할 초기에 사용자와 참여 사업자들은 플랫폼에 도움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사용자와 중소 사업자들은 점점 허약해지고 플랫폼만 비대해지고 있다. 플랫폼이 받는 수수료는 점점 커지고, 사업자와 소비자의 원성은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 독점적 플랫폼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관제플랫폼을 만들어봤자 세금만 낭비할 뿐이다. 기존의 법질서와 시장 경제 원리를 무시한 규제는 단기적으로는 플랫폼을 압박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에 도전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하게 되는 것이 역사의 필연이다.

결국 새 시대엔 새 술이, 새 술엔 새 부대가 필요할 뿐이다.
디지털, 인터넷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과 메타버스의 시대가 오고 있다. 이 새 시대에는 사용자 중심의 기술이 필요하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빨아들이는 독점 플랫폼의 인공지능 기술이 아닌, 사용자 데이터를 보호하는 사용자 중심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공유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기술은 기존의 독점 플랫폼이 지배하는 생태계, 즉 헌 부대에 담기보다는 새로운 부대에 담을 때 더욱 더 효과적이다.

메타버스의 시대에는 거대 독점 플랫폼에 사용자와 사업자가 참여자로서만 기능하여 의존하는 구조가 아니라, 사용자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고, 중소 사업자 스스로가 플랫폼이 되는 공유 연합 플랫폼의 패러다임이 이긴다. 결제도 사용자 중심의 결제가, 추천서비스도 사용자 중심의 추천 서비스가 이긴다.

이러한 사용자 중심의 패러다임은 인프라와 기술 두가지 면에서 모두 준비가 되어 왔다. 사용자가 늘 소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모든 비즈니스 모델이 사용자 중심의 모델로 갈 수 있는 중요한 인프라의 기반이 되었다. 스마트폰 이전에는 모든 사용자가 컴퓨터를 가지고 다니지 않았으므로, 모든 프로세스와 연결은 사업자의 컴퓨터와 네트워크에서 이루어질 수 밖에 없었고, 비즈니스 모델도 그 인프라 위에서 설계되고 작동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대에는 모든 데이터와 프로세스의 출발이 사용자와 그 스마트폰에서 시작될 수 있다. 이제 결제도 상인의 금융 정보를 소비자의 스마트폰이 받아 사용자 중심의 결제를 함으로써, 소비자의 개인 정보를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현재 많은 스마트폰 결제들은 도구로 스마트폰을 사용할 뿐, 본질적으로는 사용자 중심의 결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스마트폰이라는 새 부대에 기존의 사업자 중심의 낡은 결제 모델을 담았기 때문이다.

코로나 방역을 위한 체크인 프로세스도 그렇다. 고객이 생성한 QR코드를 사업자의 스마트 폰이나 태블릿이 읽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다. 방역을 위해 억지로 하는 것이라 정부 중심의 구조가 되어 있는 것이다. 사용자 중심의 구조가 되려면, 사업장의 QR코드를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읽거나, 사업장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들어오는 구조로 되어, 사용자가 방문한 장소에 대한 정보가 사용자 관점에서 축적되고, 사용자가 자신의 건강과 방역을 위하여 이 정보를 사용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시민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줄이면서, 시민의 건강과 사회의 방역을 꾀하는 구조로 될 수 있는 것이다.

초거대 언어 모델 인공지능 하이퍼클로바(HyperCLOVA)를 개발한 네이버의 성낙호 책임리더는 한 세미나에서 '데이터의 결합이 아닌, AI의 결합이 새로운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공지능의 결합은 불과 몇년전까지는 불가능했다. 트랜스포머(Transformer), 버트(BERT) 등 자연어 처리용 딥러닝 AI 모델의 발전은 데이터의 공유 없이 AI의 공유 또는 결합이 가능해질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미 구글의 키보드 앱은 사용자들의 키보드 타이핑 데이터를 중앙 서버에 다 수집하지 않고도, 각 사용자들의 타이핑 데이터를 스마트폰상에서 학습하고, 그 학습한 AI 모델의 파라미터(딥러닝 모델의 가중치)만을 공유하는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기법을 통해, 전체 타이핑 단어 예측 모델 AI를 개발하고, 이를 다시 사용자들의 키보드 앱에 전달하는 구조로 개발됐다.

국내 기업인 하렉스인포텍 UCAI(사용자중심인공지능) 연구소는 결제회사가 관리하는 결제 데이터를 가지고 각 상인들이 손쉽게 추천시스템을 개발하고, 단독으로 개발할 때보다 공유된 결제 데이터를 가지고 개발하는 것이 성과가 좋음을 논문으로 발표하고, TransformRec을 개발하여 각 기업이 영수증 데이터만 가지고도 충분한 AI기반 추천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구글이 사용자 중심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도, 이를 키보드앱 등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뿐,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 전반에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구글은 이미 독점적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구사하는 구식의 기업이기 때문이다. 사용자 중심의 인공지능 기술은 독점적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아닌, 사용자 중심의 공유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 중심의 결제, 사용자 중심의 인공지능, 사용자 중심의 공유 플랫폼은 새 부대에 담는 것이 효과적이다. 저개발국, 개발도상국가는 그러한 면에서 최적의 공간이다. 새 부대이다. 새 부대의 또 다른 의미로 저개발국, 개발 도상국가는 글로벌 사업의 전위 부대가 된다.

미국에서도 디지털 산업은 동부가 아닌 새 부대인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해서, 미국 전역과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미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배운 중국은 알리바바와 텐센트와 같은 독점적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어냈지만, 미국과 중국의 독점적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오래된 술이 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나중된 자가 먼저 되는 기적이 필요하다.

이경전: KAIST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 후 카네기 멜론대, 고려대, 서울대 조교수를 지냈다. 2003년부터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빅데이터연구센터 소장과 하렉스인포텍, 뤼이드, 마인즈랩 등 기업의 자문도 맡고 있다.

NSP통신 peopl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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