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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초점] 담양군 고서면 ‘고서포도’ , 폐·전업 속출 속 명성 회복 안간힘

(입력) 2017-03-21 11:24:51 (수정)
(태그) #담양군, #고서면, #고서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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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 부재· FTA 등 국내외 급변 여건 속 가격경쟁력 상실·품종개선 등 실패···전남 최대의 포도 주산지 명성 회복 위한 지혜 모아야

 

고서포도. (사진 = 김용재 기자)
고서포도. (사진 = 김용재 기자)

(전남=NSP통신) 김용재 기자 = 따스로운 햇밭을 머금은 채 탐스런 포도송이가 주렁주렁 매달렸을 포도 경작지에 하나둘 고추며 야채 등 일반작목들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서고 있다.

오랜 세월 포도와 함께 했을 비가림 시설 사이로 포도나무 대신 지난 해 수확한 고추가 깡마른 모습으로 남아있는가 하면 수십년 된 포도나무가 뽑혀나간 일부 농경지는 아예 덩그러니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고서면 고서사거리에서 광주호를 잇는 왕복 2차선 도로변을 따라 전남 최대의 포도주산지로 명성을 이어온 담양군 고서면 ‘고서포도’ 생산단지의 최근의 모습이다.

광주호, 소쇄원, 가사문학관, 창평슬로시티 등 유명 관광지를 연결하는 교통 요충지에 자리잡아 인근의 광주시는 물론 포도 수확철이면 어김없이 고서포도 생산단지를 찾았던 관광객 및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무척 생경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하루 노상 판매액 만도 1000만원에 달할 만큼 손님들이 몰려들어 성수기 한 달 내내 즐거운 비명을 질러야 했다”, “수확하기 무섭게 팔려나가 오후 5시면 판매를 멈춰야 했을 정도였다”는 지역 포도 재배농민들의 전언에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다.

이처럼 고서면 등 담양군의 포도농업이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FTA 체결로 칠레산은 물론 미국·페루 등 값싼 외국산 포도가 급속히 시장을 잠식하면서 포도 출하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FTA 체결에 따른 포도 수입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정부의 농정 부재 외에도 수십년간 현실에 안주해 당도가 빼어난 우수 품종 개량 등 급변하는 포도시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 이제라도 소비자를 견인할 수 있는 고품질 수종 개량 등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샤인 머스캣 포도. (사진 = 김용재 기자)
샤인 머스캣 포도. (사진 = 김용재 기자)

21일 담양군과 고서면 포도생산 농민들에 따르면 지난 2월말 현재 고서포도 생산농가는 54농가, 재배면적은 약 30ha.

불과 5년 전인 지난 2012년 134농가에서 60ha를 재배했던 것에 비해 재배면적은 50%, 생산농가수는 60% 가량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같은 추세를 감안할 경우 고서포도 단지가 명맥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고읍리·운교리 일원을 터전으로 지난 1980년 말 처음으로 재배가 이뤄지기 시작한 고서포도의 오랜 전통과 명성은 궂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불과 5년전에 정점을 찍은 지역 농민들의 주요 수입원 또한 얼마나 급전직하했을 지 가늠하기 어렵지 않다.

더욱이 이같은 추세는 지난 2014년 농림부가 포도를 ‘폐업지원 품목’으로 지정한 뒤 포도농사 폐업시 일정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면서 가속화되고 있어 우려를 사고 있다.

실제로 전체 포도 재배 및 생산량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고서면을 비롯해 담양군 관내 폐업지원농가는 지난 2015년 45농가, 20만2888㎡, 2016년 13농가, 4만8192㎡에 달했으며, 올 해도 폐업을 고민하는 농가가 적잖아 포도재배 축소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 열린 고서포도축제 포도먹기 체험. (사진 = 담양군)
지난 2015년 열린 고서포도축제 포도먹기 체험. (사진 = 담양군)

◇정부 및 지자체 농정 부재 등 원인···농민들 대책마련에 발만 동동

이같은 상황에서 한 때 전남지역 포도 생산량의 70%를 차지했던 포도 주산지 ‘고서포도’ 의 명성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으나 FTA(자유무역협정) 등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국내외 여건에다 정부 및 지자체의 농정 부재까지 겹쳐 적신호를 켜고 있다.

21일 담양군에 따르면 지난 2004년 한-칠레에 이어 2014년 한-미 FTA 체결이 이뤄져 값싼 외국산 포도가 국내로 유입돼 국내산 포도가격이 영농비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급락하는 등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아내와 함께 6000여 ㎡에서 캠벌포도 농사를 지어왔다는 A(58·고서면 고읍리)씨는 “4~5년 전 1㎏당 7000~8000에 달했던 공판장 납품시세가 지난 해에는 절반 수준인 4000원에 머물러 인건비 등 영농비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악화됐다”며 “결국 오랜 고민 끝에 지난 해 정부에 폐원을 신청한 뒤 올 해부터 포도 대신 설향 딸기로 작목을 전환했다”고 안타까워 했다.

특히 농림부가 국내 포도 농가의 가격경쟁력 제고 방안 및 작목전환·대체작목 선정 등의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지난 2014년 포도를 폐업품목으로 지정한 뒤 폐원농가에 1㎡당 5897.6원(2015년 기준)을 지급하는 등 폐원을 부추기는 듯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포도재배지를 폐원할 경우 ‘폐원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는 동일품목을 동일 재배지에 식재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것을 감안하면 예전의 식재면적 및 포도재배 농민 증가 등 불과 5년전 포도 주산지로서의 명성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 고서포도 농민들의 90% 이상이 주로 생과일로 팔리는 ‘캠벨포도’를 재배하고 있는 가운데 와인 등으로 가공돼 최근의 트랜드가 되고 있는 ‘샤인 머스캣’ 품종 등으로 품종을 전환하려 해도 식재에서 생산까지 최소 3년이 소요되는 점도 농민들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와함께 국내 최대 규모의 포도 주산지로 꼽히고 있는 충북 영동·옥천군, 경북 김천시 등 여타 지역이 샤인 머스캣 등 신품종 시장을 선점해 신품종 전환에 따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것도 농민들에게 이중삼중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담양군 역시 FTA 협정에 따른 국내산 포도가격 급락 등으로 포도 농민들의 폐원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농산물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품종 및 작목전환을 농민들에게 권장하기 어렵다는” 등의 납득하기 어려운 논리 속에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특히 올 해 일반회계(본예산) 기준으로 전체 예산 2971억원의 16.8%인 500억원을 농업예산으로 편성해 담양식 창조농정 추진으로 농업경쟁력을 강화키로 하고 ‘죽향·설향’ 등 담양딸기와 친환경 고품질쌀 등 친환경농산물 생산면적 확대 방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재배면적 축소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고서포도 활성화 방안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엎친데 덥친격으로 최근 들어 포도 수확기에 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등 포도재배 농민들의 시름을 더하면서 고온현상에 대처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수확기에 밀어닥친 불볕더위로 수확을 앞둔 포도 송이가 화상을 입는 등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면서 절반 이상 매출 손실을 입었다는 게 지역 포도재배 농민들의 얘기다.

이로 인해 상당수 포도재배 농민들이 위험부담을 안고 작목전환에 나서는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성공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 6년 전부터 1만2000㎡의 포도농원을 물려받아 아내 및 어머니와 함께 재배하고 있는 또다른 농민 B씨(40·고서면 고읍리)는 “당장 포도농사를 포기하기도 어려운데다 정부나 지자체 등 농정당국만 믿고 대책없이 마냥 기다릴 수도 없어 최근 기존의 포도 밭 옆 4500㎡ 땅에 열대과일인 ‘백향과’를 추가로 식재했다”고 털어놨다.

40세인 B씨가 겪고 있는 숨막히는 농업현실은 이웃들의 여건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에 속한다.

평균 연령 62세로 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타 포도농민들의 경우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폭락한 가격 저하 속에서 한평생 천직으로 여겼던 포도농사를 페업 하자니 당장 수입원이 끊기고 작목전환을 하려 해도 선뜻 떠오르는 작목이 없고 용기도 나지 않아 속앓이만 깊어지고 있다.

 

지난 해 고서포도 생산지에서 열린 노상판매. (사진 = 담양군)
지난 해 고서포도 생산지에서 열린 노상판매. (사진 = 담양군)

◇고품질 포도 생산 등 자구노력 절실···지자체-농민 모두 지혜 모아야

이같은 상황에서 담양군 고서면(면장 서원)과 지역의 고서포도회 농민들을 중심으로 전남지역 최고의 포도 주산지로서의 명성 회복 및 지역포도산업 경쟁력 제고 등 돌파구 마련에 팔을 걷어부치고 나서 주목된다.

고서면은 지난 해 9월 서원 면장을 비롯한 직원과 관내 포도농가가 동참한 가운데 충북 영동·옥천군, 경북 김천시 등 국내 최대 규모의 포도 주산지로 부상하고 있는 지역을 잇따라 방문해 포도 품종개량 실태를 파악하는 등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당시 벤치마킹 자료에 따르면 전국 최대 포도 주산지인 경북 김천시의 경우 전체 포도 식재면적 2200ha 중 담양군의 캠벨포도(평균 16브릭스)보다 당도가 뛰어난 샤인 머스캣(평균 22~23 브릭스) 포도 품종으로 100ha를 전환한데 이어 재배면적 늘리기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충북 영동군의 경우 전체 1800ha의 대규모 포도생산 단지를 갖추고 있는 가운데 와인생산 및 와인족욕 체험 등을 통한 6차 산업화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이와함께 전체 360ha의 포도 재배면적을 보유한 충북 옥천군도 포도축제장 주변인 국도변에 폭 3m, 길이 400m 규모의 아치형 포도터널을 조성해 관광객들에게 먹을거리는 물론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따라 고서면은 이미 추진에 들어간 포도 와인 개발 외에도 증암천 주변에 포도터널을 조성해 격년제로 열리고 있는 고서포도축제 활성화는 물론 관광객 유인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또 포도수확기에 공동판매장 운영, 포장재 지원 등의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폐원을 부추기는 정부 정책과 지자체의 안일한 대응, 급변하는 농업현실을 외면한 채 현실에 안주하려는 농업인들의 인식 전환이 없는 한 명품 고서포도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서원 고서면장은 “비록 규모는 줄었지만 기존 품종을 고품질하고 신품종을 육성해 고서포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고품질의 강한 포도농업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포도터널 조성을 통한 관광객 유입 등 다양한 활성화 대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관공서는 물론 포도재배 농민들이 힘을 합쳐 지혜를 모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NSP통신/NSP TV 김용재 기자, nsp2549@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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