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내용 건너뛰기(skip to main content) 본문 바로가기(Go body) 메뉴 바로가기(Go Menu)
G03-8236672469

도용복의 살아있으라사랑하라(13)

장미와 장수의 나라 불가리아 그리고 친절하고 활달한 루마니아

NSP통신, 김연화 인턴기자, 2012-09-13 11:09 KRD1
#도용복 #살아있으라사랑하라 #불가리아 #루마니아

드라큘라의 주무대였던 ‘브란성’, 기쁨의 도시 ‘부쿠레슈티’가 인상적

NSP통신-기업인이자 오지탐험가인 도용복회장
기업인이자 오지탐험가인 도용복회장

[부산=NSP통신] 김연화 인턴기자 = 동유럽을 여행한 사람들은 마치 중세로 날아온 듯 묘한 느낌을 갖는다고 한다. 그 가운데 특히 중세의 멋과 향, 그리고 조용하고 멋스러움이 넘치는 곳은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다.

불가리아는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에서 흑해의 해안선을 따라 서쪽에 위치하며, 북쪽으로 다뉴브강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 위쪽엔 루마니아가 자리한다. 남쪽으로는 그리스와 터키, 서쪽으론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마케도니아와 접한다.

불가리아는 특히 세계 장미 생산의 80퍼센트를 담당할 정도로 장미가 많은 나라다. 장미처럼 탐스러운 침묵이 오히려 신비로운 동방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도인 소피아는 더욱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인해 생기 넘치는 유럽의 여타 도시들과는 달리 생소한 이미지를 풍긴다. 공항에 도착하면서부터 기대와 달리 작은 규모에 적잖이 놀라게 된다. 출구로 나서면 한적함이 초라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도 변변찮다. 센트럴 광장엔 불빛도 카페도 옛 터키문화의 흔적들로 넘쳐난다.

G03-8236672469

소피아는 이러한 고적함에도 불구하고 불가리아 정치, 경제, 문화, 상업의 중심지로서 ‘보이지 않는(?)’ 무역과 거래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정적(靜寂)의 이면(裏面)에 숨겨진 도도한 상업과 문화의 흐름들’ 비토샤 산 계곡에 위치한 소피아는 자칫 역설적일 수 있는 그러한 양면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흥미롭고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거리 곳곳에 중세 왕가의 상징인 독수리 동상이 세워져 있다. 레닌 동상이 서 있던 자리는 ‘지혜의 여신’ 소피아로 대체됐다. 오른 손에 월계관을 들고, 왼손엔 부엉이가 앉아 있는 소피아 동상은 얼굴과 손, 발 등 피부가 드러난 곳이면 어디든 금으로 도색한 것이 이채롭다.

NSP통신-지혜의 여신, 소피아 여신상의 모습
지혜의 여신, 소피아 여신상의 모습

불가리아 사람들은 대부분 그리스정교를 믿는다. 중세 때 건립된 고색창연한 교회에서 때마침 결혼식을 올리는 부부가 있어 지켜보았다. 경건한 의식에 이어 아코디언과 북, 색소폰으로 구성된 악단이 신랑, 신부를 위한 연주를 시작하고 참석한 하객들은 그들의 앞날을 축복하며 꽃을 뿌려준다.

색소폰 연주자는 ‘천하제일검’이란 한자(漢子)가 등에 적힌 빨간 옷을 입었는데, 음악에 맞춰 뚱뚱한 몸을 살랑살랑 흔들어 대는 품이 예사롭지 않다. 신랑은 처음엔 넥타이 정장의 정숙한 모습이었으나 이내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하객들과 신나게 춤을 춘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신랑, 신부를 포함해 모두가 흥겨운 춤판을 펼쳤다.

불가리아는 장수국가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들이 자랑하는 장수의 첫째 비결은 사람이 살기에 가장 적당한 고도다. 보통 해발 700~800미터를 꼽는데, 불가리아의 평균 고도가 이 높이에 딱 맞아떨어진다. 평소 건강관리에 많이 신경쓰는 것으로 유명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북한 내에 자신의 별장을 해발 820미터쯤에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설에 따르면 태초의 신이 여러 민족들에게 땅을 나눠주면서 불가리아인들을 그만 빠뜨렸는데,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천상낙원의 일부를 잘라주어 지금의 아름다운 자연을 얻게 되었다고 전한다.

장수의 또 다른 비결은 CF를 통해 잘 알려진 건강발효식품 ‘요구르트’다. 불가리아인들은 가히 요구르트를 주식(主食)으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요구르트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불가리아에선 거의 모든 음식에 요구르트가 함유되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사실 불가리아도 우리에게 친숙하진 않지만, 최근 CF덕택인지 그래도 이웃한 루마니아에 비하면 생소함이 덜하다. 과거 ‘체조요정’ 코마네치와 독재자 차우셰스쿠로 유명했던 루마니아는 구소련이 붕괴되면서 겨우 사회주의 체제를 벗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동유럽 내 최빈국에 속한다. 끝까지 개혁을 거부한 차우셰스쿠가 1989년 12월 25일 측근에 의해 살해되면서 루마니아는 대변혁을 맞았다.

NSP통신-1925년 보리스 3세와 각료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공산주의 반역자들의 폭파로 거의 파괴됐다가 복원된 성 네델리야 교회.
1925년 보리스 3세와 각료들이 참석한 행사에서 공산주의 반역자들의 폭파로 거의 파괴됐다가 복원된 성 네델리야 교회.

차우셰스쿠 사망 직후 수도 부쿠레슈티는 암흑 그 자체였다. 낮이면 생필품을 사기 위한 행렬이 곳곳에 늘어섰고 저녁엔 깜깜천지였다. 거리의 에스컬레이터도 멈춰섰다. 민주화시위의 희생자들을 위해 인터콘티넨탈호텔 근처에 마련된 촛불광장만이 유일하게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40여 년간 공산주의를 건설코자 했던 망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스러진 경제, 암담한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비애만 남았었다.

그러나 지금의 부쿠레슈티는 판이하다. 거리와 상점들엔 활기가 넘치고 사람들 표정도 환하게 밝다. 유럽의 여느 도시 못지않다. 시내를 가로질러 가다보면 한국산 브랜드 간판들이 눈에 많이 띈다. 특히 삼성, LG, 기아, 대우 등 국산 휴대폰과 자동차 브랜드들은 루마니아 내 시장점유율 1위를 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이 한국계 브랜드인지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일 정도로 이들의 한국에 대한 지식은 일천하다.

루마니아인들은 어디서나 여행자들을 따뜻하게 맞아 준다. 동유럽에서 유일한 라틴계여서 아마도 활달한 민족성이 한 몫 한 듯하다. 비록 삶은 고단하지만 아직까지 순수성을 버리지 않은 모습이 인간미를 풍긴다. 호기심 많고 친절한 사람들, 저렴한 물가, 흥미로운 사건의 연속. 이것이 루마니아로의 여행을 재촉하는 요인들이다.

NSP통신-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슈티의 혁명광장 기념탑.
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슈티의 혁명광장 기념탑.

‘기쁨의 도시’라는 의미의 부쿠레슈티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인민궁전, 지금의 국회의사당이다. 차우셰스쿠가 북한의 인민문화궁전을 보고 와서 지었다고 한다. 사면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똑같고 높이만 80미터에 이른다. 미 국방성 건물인 ‘펜타곤’ 다음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건물이다. 2만 명이 동원돼 하루 3교대로 5년에 걸쳐 건설됐다. 독재자의 지독함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의사당으로 들어가는 광장대로에는 루마니아의 41개의 주를 상징하는 41개의 각각 다른 모양의 분수들이 늘어서 있다.

루마니아 하면 또 드라큘라 백작이 유명하다. 그는 터키의 침략에 대항해 나라를 지켰던 민족적 영웅이었으나 포로를 처형하는 방법이 워낙 잔혹해 소설에서 흡혈귀로 묘사되었다. 지금은 이 드라큘라의 주무대였던 브란성이 제1의 관광명소다. 하지만 흡혈귀의 괴기스러움이나 음침함을 기대한다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성 입구에서 드라큘라를 상품화한 각종 기념품들을 판매하는데 드라큘라나 뱀파이어의 브랜드가 붙은 와인, 티셔츠, 가면, 머리띠 등이 되레 우스꽝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전형적인 중세유럽의 성곽인 브란성은 하얀색 벽에 붉은 지붕이 아름답기까지 하여 드라큘라라는 이름만 아니라면 유럽의 한적한 시골에 소풍 온 것 같은 기분까지 들게 만든다.

불가리아에서 장미 한 웅큼을 사서 연인이나 가족에게 맘껏 선사하고 요구르트를 섞은 장수 식사로 배를 채운 뒤, 다뉴브강을 건너 루마니아의 인민궁전과 브란성을 돌아보는 여정이라면 유럽의 조용한 여유를 만끽하는 여행코스로 제격이 아닐까?

NSP통신-소설 드라큐라의 무대가 된 브란성에서 도용복회장.
소설 드라큐라의 무대가 된 브란성에서 도용복회장.

장소협찬= 서면 커피팩토리, 해운대아트센터
촬영= 박재환 기자 pjhduam@nspna.com
편집= 오혜원 기자 dotoli5@nspna.com

김연화 NSP통신 인턴기자, yeonhwa0802@nspna.com
<저작권자ⓒ 국내유일의 경제중심 종합뉴스통신사 NSP통신.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