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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비트코인과 중앙은행디지털화폐

NSP통신, NSP인사 기자, 2021-06-07 15:37 KRD7
#안예홍

(서울=NSP통신) NSP인사 기자 =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에 절망한 젊은 세대들이 비정상적인 돌파구로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면서 실물 없이 전자적으로 가치를 이전시키는 중앙은행디지털화폐가 비트코인과 함께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CBDC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이들이 중구난방으로 언급됨으로 인해 다소 혼란스러운 면이 있어서 이들이 왜 생겨났고 이슈가 되는지를 살펴보자.

비트코인은 인터넷 상거래에서 제삼자를 배제하고 거래당사자들끼리 거래하고 기록하고 결제하기 위한 지급수단으로 2008년 탄생했다. 이전의 모든 거래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단위를 사용하고 믿을 만한 제삼자가 개입하여 거래내용을 저장하고 보관하는 역할을 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거래는 몇 가지 불만요소를 내포하고 있었다.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야기시켜 화폐가치를 저하시킬 가능성이 있고, 거래당사자도 아닌 제삼자는 독점적으로 거래기록을 보관하며 수수료를 챙겨간다.

NSP통신-안예홍 지급결제의 주역들 저자
안예홍 지급결제의 주역들 저자

이러한 불만을 해소시키기 위해 코인의 발행량을 2100만개로 한정하여 중앙은행의 자의적인 화폐발행을 방지하고 거래기록을 거래당사자들이 보관하여 제삼자를 배제시켜 수수료를 절감시키는 방법으로 탄생한 것이 비트코인이다. 그리고 거래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도입하였고 거래가 정당한 거래인지를 판별하기 위해 작업증명이라는 절차와 비트코인 채굴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게 하였다.

비트코인이 화폐나 지급수단으로 정착하지 못한 이유는?
어찌보면 이러한 비트코인에 내재된 사상은 지급결제에 있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이다. 인플레이션을 야기시키는 중앙은행은 꺼져라. 거래당사자가 아니면서 믿을 만한 중개기관인 척 하는 은행과 같은 제삼자도 기록장부를 가지고 꺼져라. 우리끼리 거래하고 기록하고 화폐도 내 PC나 핸드폰에 전자적으로 보관하겠다. 얼마나 멋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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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거래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훌륭하고 멋진 지급수단을 알지도 못하고 따라서 사용하지도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거래가 이루어지고 결제까지 끝마치는 데는 10분 동안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도 있었다. 그 결과 비트코인은 화폐나 지급수단으로 정착하지 못했다. 또한 화폐로서 비트코인이 지닌 문제는 법정통화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점뿐 아니라 인플레이션보다 더 경제에 치명적인 디플레이션을 야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규모가 커지면 이에 맞추어 공급되는 통화량도 증가해야 하는데 비트코인의 발행량은 한정되어 있어서 금본위제가 지닌 금 부족의 문제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비트코인의 발행량이 소진되면 다른 암호화폐를 발행하면 되지 않겠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민간부문에서 우후죽순으로 발행되는 암호화폐체제에 신뢰를 줄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비트코인이 화폐나 지급수단이 아니고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화폐도 아니고 지급수단도 아니면 비트코인은 아무런 실체가 없고 가치도 지니지 못한 어느 무엇에 불과한데도, 그럴듯한 무엇이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선호하면서 비트코인의 의미가 변질되었다.

이제 비트코인은 투자 내지 투기자산일 뿐이다. 그래서 비트코인이 실생활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못하고, 코인거래소에서나 원화 또는 달러로 환산한 가격이 요동치면서 투기적으로 거래될 뿐이다. 그리고 1비트코인의 가치는 그 자체로는 알 수 없고 원화나 달러화로 환산되어야만 가치가 비교된다. 주식은 기업가치를 표상하고 금은 사용가치를 지니므로 의미가 있으나, 비트코인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만 가치를 지닌 그냥 비트코인일 뿐이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투기열풍의 튤립만큼도 내재가치는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변이가 된 구근이 아름다운 점박이 꽃을 피우게 되자, 아무 튤립 구근이나 가격이 폭등하다가 한순간 꺼진 게 튤립 투기열풍이다. 만약 비트코인으로 대변되는 암호화폐 또는 암호자산이 화폐나 지급수단으로 인정받고 널리 이용된다면 그때는 원화나 달러화로 환산한 비트코인이 아니라 비트코인이라는 계산단위가 사용될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이를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중앙은행은 결제계좌를 개설과 예치된 예금 기반으로 CBDC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이 전자화된 화폐가치를 지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와 유사한 것으로 거론하는 것이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 즉 CBDC이다. 그런데 비트코인과 CBDC는 천지 차이만큼이나 그 차이가 크고 태생 역시 다르다. 다만 화폐적 가치를 전자적으로 보관한다는 점과 거래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사용하며, 청산절차 없이 실시간으로 총액으로 결제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기 때문에 양자를 동일선 상에서 놓고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CBDC는, 비록 법정통화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논의가 더 진행되어야 하긴 하지만, 중앙은행이 제공하는 화폐와 유사한 성격을 지녔다. 이미 중앙은행들은 민간은행을 포함한 금융기관들에 결제계좌를 개설해주고 결제계좌에 예치된 예금을 기반으로 하여 CBDC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이 예금을 이용하여 콜거래 등 금융기관 간 거액자금을 실시간으로 총액 결제하고 있는데, 이러한 결제서비스를 금융기관들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인들의 상거래에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 사용하는 지급수단이 CBDC이다. 그러므로 제삼자의 개입을 배제하는 비트코인과는 달리 중앙은행이 제삼자의 자격으로 개인들 간의 거래에 개입하여 거래를 기록하고 결제를 해준다.

이러한 방법은 새삼스러운 결제방법이 아니라 결제에 이용되는 화폐를 줄이기 위해 고대 그리스-로마시대에 이어 중세 유럽에서 활동하던 환전상들이 고객들에게 해주던 계좌이체에 의한 결제방식과, 전자적으로 처리된다는 점만 제외하고는, 결제메커니즘이 동일하며, 최근의 플랫폼 서비스업체나 통신회사, 인터넷 유통업자들이 제공하는 전자화폐 또는 선불전자지급결제서비스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파급효과에 있어서는 어느 지급수단보다 강력할 것이다. 왜냐하면 화폐발행에 관한 권한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은 중앙은행이라는공적기관이 한 나라에서 통용되는 화폐단위법정통화와 동일한 화폐단위를 사용하면서 일반인들에게 지급결제서비스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BDC는 지급수단일 뿐이며 투자자산이나 투기자산으로 거래소에서 거래될 일이 없다. 이런 점에서,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자가 발표한 논문에서 소개되기 시작하여 당초 목적에서 한참 멀리 간 현재의 비트코인과는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중앙은행을 배제하면서 탄생한 비트코인과는 달리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은행권이라는 지폐의 사용을 줄이면서 우리들의 경제활동에 많은 변화를 초래하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금융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신뢰와 거래의 안전성이며 그 다음으로 효율성을 들 수 있는데, CBDC는 이 모든 면에서 가장 우월한 지급수단이 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CBDC는 앞으로 지급결제분야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게 될 것이며 상용화에 대한 논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고자 안예홍은 서울대, 연대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한국은행에서 32년 간 근무 후 캄보디아 중앙은행에서 6년간 정책자문관으로 지냈다. 최근에 ‘지급결제의 주역들’의 저서를 냈다.

NSP통신 peopl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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