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재정 기자 = 지난 2년 동안 20여 명의 4.3 유가족과 유품을 통해 대면한 작품들은 어쩌면 바스러져 가는 시절의 회한일지 모른다.
오는 9일 오후 3시 제주4․3평화재단 전시실 2층에서 열리는 전시오프닝 및 작가와의 토크는 단순히 눈으로만 보는 전시가 아니라 기억의 소리까지 전달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에 출간되는 한영 사진집 ‘기억의 목소리’는 작가가 2년 가까운 시간동안 20여 명의 유가족의 유품과, 제주4.3평화재단 수장고의 일부 소장품을 촬영해 만든 사진집이다.
사진집에 나온 시와, 인터뷰 글은 유가족 분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루어져 관심을 끌고 있다.
거시적으로 접근, 규모를 강조한 기존의 작업물들에 비해 이번 사진집에서 다뤄지는 것들은 푸른 녹이 슨 부러진 숟가락, 낡은 고무신, 할머니의 물빛 저고리, 관에서 처음 본 어머니의 은반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초상화, 세월의 흔적이 남아있는 빗, 사연 많은 어머니의 재봉틀 등 70년 이상 바스러져가는 유가족의 사물들이라 주목된다.
혼자 시간의 더께를 입고, 버려지거나, 날카롭게 흔적만 남기고 떠도는 4․3의 역사적 현장을 증언하는 물건들이다.
70년이 넘도록 아픈 역사의 시간들을 뚫고 나온 사물들의 봉인된 기억에 빛을 쬐이는 작업으로 바스러져가는 사물들을 통해 다시 ‘삶’을 이야기하는 점이 돋보인다.
고현주 작가는 “개인의 일상이 깨진다는 것이 얼마나 큰 슬픔이고 절망인지 사물을 통해 개인의 일상을 바라보았다”며 “개인의 서사가 기록으로, 기록이 역사로, 역사가 문화가 되어야 시대의 상징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서 만나는 그녀의 작품이 집단보다 개인의 서사에 주목한 작가의 이야기라는 점에 주목하면 한결 편안한 감상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월 9일 오후 3시에 열리는 전시오프닝 및 작가와의 토크 참석자는 사진집을 무료로 받아볼 수 있다.
NSP통신 이재정 기자 jejugraphie@nspna.com
저작권자ⓒ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