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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후 ‘M&A 공시 의무화’ 부상…“인수 제안 묵살 구조 바꿔야”

NSP통신, 임성수 기자, 2026-03-04 17:35 KRX2 R1
#M&A #인수합병 #상법 #주가순자산비율(PBR) #공시

해외는 이사회 판단·배경까지 공개…국내는 “확정된 바 없다” 반복
코스피 47%가 PBR 0.6배 미만…지배주주 중심 구조가 저평가 고착
투자·학계, “인수제안 공시 체계 확립, 일반주주 이익 확대 전환점”

NSP통신-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지난 2월 27일 주최한 개정 상법에 따른 M&A 인수제안 관련 공시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전종언 마이알파운용 한국대표(왼쪽부터),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임지우 트러스톤자산운용 ESG 리서치팀장,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가 토론 및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임성수 기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지난 2월 27일 주최한 ‘개정 상법에 따른 M&A 인수제안 관련 공시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전종언 마이알파운용 한국대표(왼쪽부터),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임지우 트러스톤자산운용 ESG 리서치팀장,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가 토론 및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임성수 기자)

(서울=NSP통신) 임성수 기자 = 개정상법의 시행을 앞두고 3차 개정안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자본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 제안 관련 공시 의무의 명문화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코스피 시장의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개선하기 위해 M&A 인수 관련 공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서다. 나아가 일반주주에게까지 시장의 상승 이익과 지배주주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공유하는 구조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서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최근 코스피 지수가 많이 상승했으나 저평가된 종목이 여전히 많다”며 “해외 로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인수 수요가 있는 것을 확인했으나 진정성 있는 문의(Bona Fide Offer)가 경영진에 제시되도 묵인되는 등 국내 M&A 시장은 참담한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블룸버그가 내놓은 집계에 따르면 지난 1월 22일 기준 코스피 상장사 중 PBR 0.6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전체의 47%에 달한다. 동일기준 대만은 4%, 일본은 6%로 집계됐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국 자본시장의 만성적인 저평가 구조의 배경으로 ▲경영권 프리미엄의 지배주주 독점 ▲인수 제안 비공개 관행 ▲이사회의 견제 기능 미흡 등이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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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경여진과 이사회의 책임 회피를 위한 제3의 경영권 인수 반대 행위에 대해 규탄했다”며 “자본시장의 온전한 작동을 위해서는 지배권 경쟁을 위한 효율성과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M&A 인수 관련 공시 체계를 확립해 이사의 선관주의 및 주주충실의무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제도개선에 따른 기대감과 반도체 실적이 반영되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온 바 있다. 그러나 국내 자본시장의 만성적인 저평가 기조를 탈피할 지배구조 내실이 확보되지 못한다면 추가적인 성장은 다소 제한적일 전망이다.

◆투자·학계 “M&A 공시 사각지대, 주주충실의무와 정면 충돌”

NSP통신-지난 27일 개정 상법에 따른 M&A 인수 제안 관련 공시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제시된 국내 M&A 시장의 특징 및 문제점 (이미지 = 경제더하기연구소)
지난 27일 ‘개정 상법에 따른 M&A 인수 제안 관련 공시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제시된 국내 M&A 시장의 특징 및 문제점 (이미지 = 경제더하기연구소)

투자·학계 관계자들은 지난 2월 27일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이 주최한 ‘개정 상법에 따른 M&A 인수제안 관련 공시제도 개편’ 세미나에서 국내 M&A 시장이 대기업집단의 사업 재편이나 지배주주 지배력 강화 중심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외부 인수 제안이 기업 가치 개선으로 이어지는 규율형 M&A가 사실상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용우 경제더하기연구소 대표는 “한국에 저평가 기업이 특히 많은 이유는 M&A 거래 시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실상 지배주주에게만 귀속되는 구조와 인수 제안이 있더라도 공시 의무가 없어 이를 무시해도 법적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점에 있다”며 “저평가 상장사에 대한 외부 M&A 시도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정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 조건 역시 독립적이고 공정한 절차 없이 결정되는 구조로 국내 M&A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향후 M&A 과정에서 이사회 판단의 절차적 정당성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에 대한 법적·사회적 검증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업계에서는 일반주주와 지배주주 간 정보 격차를 줄이고 경영권 프리미엄의 공유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인수 제안 단계 공시 의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기존 한국식 M&A는 지배주주의 프리미엄 극대화를 중심으로 이사회가 작동하는 방식이 많았다”며 “이는 이사 및 이사회의 주주충실의무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다만 현실적 제약도 존재한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27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시가총액 1000억원 이상, PBR 하위 50개 기업 중 대주주 지분율이 40% 이상인 기업의 비중은 70%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지우 트러스톤자산운용 ESG 리서치팀장은 최대주주 지배력이 높은 기업이 매각 의사가 없을 때는 외부 M&A 전략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임지우 팀장은 “진지한 인수 제안이 이사회에 의미 있는 압박이 되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경쟁 가능 지분율이 전제돼야 한다”며 “그러나 국내 저평가 기업 다수가 높은 지배주주 지분율 구조를 갖고 있어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업계는 공시제도 정비 자체가 시장 감시 기능을 강화하고 이사회의 책임성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창환 대표는 “비록 당장 M&A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공시제도를 통해 경영자와 지배주주 중심으로 이뤄지던 의사결정을 소수 및 일반주주 이익과 부합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팀장 역시 “국내에서 빈번한 최대주주의 합병 사례에 대해 공정한 절차와 적정 가격이 적용됐는지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이사회 책임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방향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일은 ‘경매인 이사회’ 원칙 확립…판단 근거까지 공시

NSP통신-한·미·일 주식시장 저평가(PBR 1배 미만) 상장사 비중 비교 그래프. 각국 M&A 공시 관련 제도 및 규정 첨부. (그래프 =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한·미·일 주식시장 저평가(PBR 1배 미만) 상장사 비중 비교 그래프. 각국 M&A 공시 관련 제도 및 규정 첨부. (그래프 =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이번 세미나에서는 국내외 M&A 제도를 비교하는 논의도 이뤄졌다. 경제더하기연구소와 참석 자산운용사 관계자들은 미국과 일본의 경우 법원 판례를 통해 이사회의 일반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구체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일본 경제산업성 등 관계 당국이 주도적으로 인수 제안 관련 공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도 실효성을 높여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는 기업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기업 수호자’가 아닌 ‘최고가 확보를 위한 경매인’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기준을 성립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이다. 이용우 대표는 해당 판례에 대해 이사회가 단순히 경영판단의 원칙 뒤에 숨을 수 없으며 위협의 존재와 비례성을 입증하고 실천할 책임의 기준을 성립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제도적 차원에서의 공시 체계 역시 더 정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SEC는 M&A 인수 제안과 관련해 수시공시(Form 8-K), 이사회의 공식 입장을 규정한 Rule 14e-2, 최종 의견과 이해관계를 담는 Schedule 14D-9 등 단계별 공시 절차를 명문화해 투자자에게 판단 근거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 역시 2023년 경제산업성 주도로 ‘기업매수 지침’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이후 인수 제안 관련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원칙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전종언 마이알파운용 한국대표는 해당 지침이 기업가치 및 주주 공동 이익의 원칙과 주주 의사 존중 원칙 등을 명확히 규정하면서 사실상 이사회의 책임 구조를 재정립했다고 평가했다.

전종언 대표는 “일본은 M&A 인수제안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니케이 지수와 M&A 딜 규모가 동시에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공시와 절차의 투명성이 확보되면서 저PBR 현상 완화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 회복에 일정 부분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인수 제안 공시가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시장 가격 형성 기능 복원 ▲경영진 책임성 강화 ▲주주 간 정보 비대칭 완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 대표는 “대주주 지분율이 낮음에도 경영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이를 방어하기 위한 장치를 우선 고려하는 것은 주주충실의무와 충돌할 소지가 있다”며 “이 경우 M&A는 기업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고 수익구조 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시장 기반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제도의 의의를 강조했다.

상법 개정을 계기로 본격화된 이번 논의는 단순한 공시 절차 보완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의 지배구조를 어떤 영향을 재편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적 전환 논의로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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