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새정치민주연합이 또 다시 혁신의 칼을 빼들었다. 최근 수년간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잇따라 패한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판단된다.
이번에는 과거에 반복해서 구성했던 비상대책위원회와 다소 다를 것으로 예견된다. 실권을 지닌 문재인 대표가 진보 색채가 분명한 김상곤 전 경기교육감을 혁신위원장으로 위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성공할 수 있을까. 성공하기를 정말로 고대한다.
주류의 여야가 모두 건강하면 좋은데, 비리와 부패에 빈번하게 연루되는 여당의 쇄신보다 무능하지만 개혁 의지를 보다 뚜렷이 갖고 있는 야당의 혁신에 아직은 더 많은 기대가 가기 때문이다.
혁신위원회 출범이 임박한 만큼 성공을 기원하는 덕담을 주고 싶다. 그러나 상태가 위중한 까닭에 듣기 좋은 소리나 건넬 정도로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라고 본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번 혁신위도 거의 실패할 것으로 전망된다. 왜? 세 가지 이유를 핵심으로 꼽을 수 있다.
첫째, 여야 모두에게 해당하는 것으로서 지역 연고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뿌리 깊은 풍토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의 4.29보선이 향후 정치를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였음은 분명했지만, 그 선거서 참패했다고 해서 유력한 대선후보인 대표를 바로 끌어내리려는 처사는 매우 지나친 것이다.
적어도 당 내에서는 대선후보가 직접 당을 이끌면서 현안의 정치적 과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주고, 그 성취를 토대로 국민에게 2017년 대선서 대통령직을 맡겨달라고 요청하는 것이 건전한 판단이다.
이런 정석을 알고 있는 반대세력이 대표 사퇴를 관철시키려고 달려들었다면 거기에는 다음 총선서 국회의원으로서의 기득권을 유지 및 강화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기득권 세력 일부를 퇴진시키더라도 유사한 예비 인력을 끊임없이 배출하는 왜곡된 정치적 토양을 김상곤 위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어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둘째, 새정치연합의 주류인 친노운동권 세력이 과거 국민에게 각인시킨 정책적 무능의 원죄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못하여 정치적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숙은커녕 호남 기득권 세력 뺨칠 정도로 자파 진영의 이데올로기적 동지 논리로 세력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정성을 갖춘 인품의 소유자로서 도전적 시대정신도 갖추고 있었지만 정책적 난맥상을 초래하여 MB를 당선시키는 데 역설적 기여를 한 바 있다.
그때 노무현정부의 실책을 이끈 주축이 친노와 운동권 출신 정치인이었음을 국민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바로 이 세력이 문재인을 옹립하고 있고 또 김상곤과 이데올로기적 친화성을 갖고 있으니 사태의 올바른 해결은 난망에 가깝다고 여겨진다.
셋째, 정당이면 마땅히 지향하는 바의 정책이념을 명료하게 표방함으로써 국민으로 하여금 예측 가능한 정책 프로그램을 연상하면서 표를 내어줄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는데, 보수적 온탕과 진보적 냉탕을 두서없이 옮겨 다님으로써 무지개 빛깔을 흐릿하게 보여주는 치명적 한계를 드러내왔다는 점이다.
혁신위가 이 문제를 바르게 해결할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호적수 새누리당 역시 빈번하게 부정부패와 연루되어 있고, 그 출신 대통령이 통치의 비전을 체화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는 매한가지이다.
그러나 여권이 시류 흐름에 영합하는 일반적 행보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거대한 영남 기득권과 보수 언론, 재벌의 지원을 받는 매우 유리한 국면에 놓여 있음이 엄연한 현실이다.
현재의 야와 여가 오십보백보의 퇴행적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 구조상 절대 유리한 것은 여권이다.
전후 사정이 이와 같다면, 현존 야권의 쇄신을 통한 집권은 난망이라고 할 것이다. 물론 절호의 기회가 지난 대선서 조성되었었다.
국민의 기대가 한껏 담긴 안철수 현상이 그것이었는데, 역사적 소명을 깨닫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대적 도전정신도 갖추지 못한 안철수 의원이 그 기회를 싱겁게 날려버린 것은 참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당시 제3의 정치적 지평서 돌풍을 일으키고, 그 기세로 여야의 적대적 공생정치 구도를 해체하여 건강한 새판을 짜도록 조성했어야 했다.
김상곤 혁신위가 무엇을 하더라도 비관적이다.
반짝 이벤트로 잠시 국민을 유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얼마 지나면 도루묵이 될 개연성이 높다.
찻잔 속의 태풍을 나름대로 혁신이니 쇄신이니 떠드는 것은 바라보는 국민을 애처롭게 만들 뿐이다.
다만 정체 국면의 우리 사회를 진전시키고 성숙하게 만들기 위해서라면 일말의 희망조차 잡지 않을 수는 없다.
새정치연합은 현실 안주의 호남 기득권과 친노운동권의 업보 속에서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딜레마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인데, 사태의 본질을 꿰뚫는 성찰을 한다면 뿔 잡고 피하면서 새 길을 여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보인다.
여든 야든 어느 한쪽이라도 먼저 잘해낼 수 있기를 희망하는데, 먼저 야권이 국민의 기대를 얻는 정치적 재구축에 성공을 거두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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