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지만 마냥 장밋빛 미래를 그리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여전히 원·달러 환율이 1433원대로 불안정한 상황에서 부동산과 물가가 모두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코스피는 오전 9시 9분 기준 1420.17까지 올라섰다가 10시 18분 기준 4010.46에서 머물고 있다. 코스피를 밀어 올리는 데에는 외국인의 힘이 컸다.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 2369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코스피의 대장격인 삼성전자 외국인 보유 비중이 최근 두 달 사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 8월 26일 50.5%였던 외국인 보유 비중은 이달 24일 52.22%로 약 8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업계와 학계가 불안감을 드러내는 이유 중 하나는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스피로 외인 자금 유입량이 증가하면 달러 매도, 원화 매수 수요가 늘어나 통상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다”며 “또 달러인덱스가 100 아래로 내려간 상태가 유지되는 등 대외환경 역시 환율 하락에 우호적인 환경인데도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올랐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441.5원까지 치솟아 지난 4월 29일(1441.5원) 이후로 약 6개월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4일 1400원을 돌파하기 시작해 이달 10일 1430원, 23일 1440원을 뚫고 올라섰고 이날 기준 1431.8원을 기록하고 있다.
원화의 가치는 다른 주요국 통화와 비교했을 때 하락폭이 더 컸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24일 전월 대비 2.39%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1.31% 절하됐음을 감안하면 원화 가치가 더 크게 떨어진 것이다.
시기별로 살펴보면 지난 2022년 3월 10일 달러인덱스가 98.5을 기록했을 당시 원·달러 환율은 1234.5원이었으나 이날 달러인덱스가 98.95를 기록했고 원·달러 환율은 1431.10원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물가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06으로 1년 전보다 2.1% 올랐다. 두 달 만에 2%대로 올라선 것이다.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46% 오르며 17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승폭도 전월(0.82%) 대비 0.64%p 커져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전 집계다.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10월 셋째 주(10월 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50%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1주일 사이 0.50%가 오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국고채 금리도 6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시장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 기준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960%를 기록해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고채 30년물 금리 2.839%로 역시 지난달 19일 이후 전날까지 14.8bp 급등하며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1차적으로 차입비용이 상당히 증가한다”며 “경기가 좋을 땐 진정효과가 있을테지만 경기가 안 좋은 상황이라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금리를 통해 실물까지 파급되며 경기 둔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주식을 보유하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겠지만 이 보다 더 영향을 크게 주는 것이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관세 협상이 매듭지어지지 않아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원·달러 환율이 균형 수준보다 과도하게 올라가 있지만 APEC 이후로 관세 관련 타결된 모습을 보인다면 급격히 반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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