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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면희칼럼

철학 없는 혁신성장에 미래가 없다

NSP통신, NSP인사 기자, 2017-11-16 11:16 KRD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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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통신-한면희 성균관대 초빙교수(민주동반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 (공동선정책연구소)
한면희 성균관대 초빙교수(민주동반성장위원회 상임위원장) (공동선정책연구소)

(서울=NSP통신) 문재인정부가 취하는 일자리 정책은 필요하고 마땅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존재로서 자아를 실현코자 하고 또 사회적 존재로서 필요한 산물의 생산에 참여하지만 동료 구성원의 인정 속에서 자존감을 체현하면서 살고자 한다.

공동체 속에서 구현되는 자아실현의 본격적 계기는 일이나 직업을 갖는 것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현대국가가 응당 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는 누구나 일을 갖도록 조성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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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2017년 4월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이 11.2%에 달하는데, 체감은 무려 25%에 이른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구직자 100명 당 시장의 구인 비율은 일본과 미국이 각각 152, 91인 반면 한국은 6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담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이다.

뿐만 아니라 청년들이 일을 갖게 되어도 비정규직인 경우가 많으므로 그들의 좌절과 고통은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어찌 할 것인가?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우선하는 국가 과제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문재인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을 기획한 것은 적절하다.

대통령후보 때 공약으로 천명하였으니 첫째 공무원 일자리 17만개를 신규로 창출하고, 둘째 돌봄 노동자와 같은 민간부문 소속 34만 명을 공공부문으로 전환하며, 셋째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30만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문 정부는 국가예산을 투입해서라도 공공부문부터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게 되면, 늘어난 신규 소득이 소비 확대로 이어지고, 이어서 생산 및 투자 확대로 귀결되어 또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경제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기획 취지에 박수를 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혹 일자리는 생산의 확대를 통해서만 늘어날 뿐이라고 외치는 사람들도 적지는 않으나 그분들은 낡은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체에 머문 우리 경제의 현실 구조를 직시하지 못하는 우매한 주장을 뿐이다.

다만 소득주도성장도 성장의 일부일 뿐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 공적 재원인 세금의 투입은 신중해야 한다. 공무원과 공공부문에 대한 과다한 재원의 지출은 중장기적으로 국가파산과 같은 경제적 공유지의 비극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문 정부가 최근 혁신성장의 깃발을 치켜든 것에 공감이 간다.

그렇다면 혁신성장은 어떻게 이룰 것인가? 자칫 그것이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와 같이 빈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현재 혁신경제는 시장에 가해지는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하고, 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는 정도 이외에 달리 언급되고 있지 않다.

하나 더 거론하자면 기업 활동이 자유롭고 원활하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토록 해주자는 것인데, 노동조합 친화적인 문정부가 그 유연화에 동조하기 어렵다는 데서 난관에 처해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외국의 한 자료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이후 적극적 확충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GDP 대비 R&D의 비율이 일본과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최고로 올라섰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대 경제학부 김세직 교수는 5년 단위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성장률이 1%씩 하락하는 추세에 처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R&D의 비율이 높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면 이것은 진짜 문제라고 해야 할 것이다.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경제가 이제는 깊고 깊은 구조적 문제에 봉착해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한계 상황에 봉착했을 때는 근원으로 돌아가서 성찰하는 것이 우선이다.

혁신에 대한 사고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지식의 바른 내용을 일러주려고 하기보다는 진리를 찾아가는 방법, 즉 노하우를 체득케 했다.

첫째 논박을 통해 기존의 관행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게 했으며, 둘째 산파술을 통해 창조로 가도록 이끌었다.

동아시아가 공맹의 가르침을 금과옥조로 여겨서 이를 받드는 데 익숙했던 데 반해, 서양이 늘 새것을 찾는 시도를 감행케 된 것은 이런 지성사적 배경서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날에도 한중일의 동아시아 학생들은 도서관서 산더미 같은 책을 섭렵하는 데 목을 매는 데 비해 유태인은 도서관에서조차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토론을 하면서 옛것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또 새것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서구에는 소크라테스의 후예들이 부단히 출현하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ET와 주라기공원 등의 영화를 만들면서 기상천외한 발상으로 공전의 히트를 쳤다.

마이클 샌델도 하버드대에서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은 주제를 소크라테스 방식으로 펼쳐내면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경제 영역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아이폰으로 핸드폰 시장서 견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던 노키아를 한 방에 무너뜨렸다. 한국의 삼성은 제조업의 강점을 갖고 그 아이디어를 모방하면서 바짝 뒤쫓는 형세일 뿐이다.

사회학자 피터 드러커는 소크라테스의 방법을 경영에 접목한 전형적 인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21세기 기업이 세계화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레고 월드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전 것을 부수고 새롭게 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세상이 변하는 물리적 여건에서 상응하는 변화와 혁신을 하지 않으면 도태가 불가피한 현실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그는 혁신을 위해 기존 것에 대한 폐기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폐기도 경영의 내적 과정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주문했다.

사례 하나를 들자면, 킴벌리 클라크는 전통적인 제지회사였지만 변하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 주력했던 제지공장을 대거 매각하고 그 재원으로 티슈와 일회용 기저귀를 만드는 크리넥스와 하기스 생산에 주력함으로써 시장을 석권하기에 이르렀고, 경쟁 업체였던 스콧제지는 혁신에 눈을 돌리지 못함으로써 인수 합병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이제 소크라테스적 혁신의 눈으로 우리의 경제를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 최고의 R&D 재원 투입에도 불구하고 왜 성장률은 하락하고 있는 것일까? 자세히 보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갑’질은 사회만이 아니라 기업문화에 그대로 축적되어 있다. 층층시하의 권위주의적 기업문화 속에서는 논박, 즉 잘못되었거나 변하는 시대에 부응 못할 것들에 대한 체계적 폐기를 감행하기 어렵고 그에 따라 산파술, 즉 창의적 아이디어의 산출과 시행이 곳곳의 암초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대표적 기업인 삼성도 혁신을 외치지만 표피적이어서 심층 깊은 곳에 미치는 못하는 한계에 봉착해 있다.

철학이 빈곤한 기업문화에서는 혁신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소크라테스 방법이 결여된 기업문화에서 혁신은 불가하다.

그래서 드러커는 오늘날의 “기업이 민주주의를 이끌어가는 경제적 기관”이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민주주의를 도외시하는 기업에서 혁신은 일어날 수 없다. 권위주의 속에서 창의성은 결코 꽃을 피울 수 없기 때문이다.
R&D 예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형식적 성과로 예산을 빼먹는 학자와 전문가들이 많은 한에 있어서는 내실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소크라테스는 진리가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가의 법 집행을 거부하지 않고 피할 수도 있는 독배를 마셨다.

경제 활동가의 전공이 경제나 과학기술 그 무엇이든 철학적 신념을 갖고 R&D에 참여하고, 페기를 통해 창의적 지평을 열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문화에 자율성이 피어나는 민주주의가 충만할 때 때 비로소 한국 경제가 혁신성장을 제대로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소크라테스적 혁신성장이 이 땅의 청년들에게 꿈을 꾸게 하고 또 희망을 주는 단계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해본다.

NSP통신/NSP TV people@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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