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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봤더니

‘뮬란’ 어설픈 설정으로 버무려 놓은 맛없는 짬뽕같은 영화

NSP통신, 이복현 기자, 2020-09-19 11:24 KRD2
#뮬란 #어설픈설정 #맛없는짬뽕같은영화 #유역비 #공리
NSP통신-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뮬란’은 알다시피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한 영화다. 중국시장을 겨냥해 무려 2억달러를 투자해 유역비, 이연걸, 공리, 견자단 등 중화권 스타들까지 총동원시켰다.

영화는 애니메이션 속 ‘용’ 무슈와 ‘귀뚜라미’ 크리키 캐릭터를 삭제시켰고 뮬란과 사랑에 빠지는 장수 리샹도 없앴다. 그 이유를 대략 살펴보면 동양에서의 신성한 용이 아니라는 등의 이유와 남자 상관(리샹)이 여자 하급자(뮬란)와 이어지는 것이 윤리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소위 ‘불편하다’는 것.

대신 용 무슈는 가족의 수호신인 ‘봉황’(불사신)으로 대체됐고, 리샹 캐릭터는 텅 장군(전쯔단)과 홍위(요손 안)로 분화돼 각각 군인의 자세를 가르치는 스승 역할과 전우의 역할을 한다. 또 원작에 없던 마녀(공리)가 등장해 뮬란과의 대립적 역할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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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유역비의 SNS를 통한 反홍콩민주화 지지 논란 ▲견자단의 홍콩 반환 23주년 기념 축하 게시글 논란 ▲ 중국 정부의 20만건 이상의 봇 계정을 활용한 #SupportMulan 캠페인 논란에 이어 ▲인권 유린을 자행에 협력한 것으로 보이는 신장자치구 공안당국에 대한 디즈니의 감사글 등의 논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화 ‘뮬란’의 문제는 또 있다.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영화 속 어설픈 설정에 있다. 차라리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나는 의미나 주제보다는 때리고 부수고 화려한 무협 영화야’라는 것을 전면에 표방하고 거기에 집중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랬다면 중국 특유의 경공술이나 검술, 창술, 궁술, 마상무술 등 다양한 액션신을 더욱 화려하게 제작해 관객들의 시선을 화면에 집중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화 뮬란은 시대적 배경을 통해 싸우는 액션신 등을 제외하고 다른 것들은 정통극처럼 묘사하고 있다. 물론 의상이나 화장 등도 무엇인가 어설퍼 보이고 2억달러를 썼다는데 기대했던 전쟁씬도 대규모 전투가 아닌 소규모 전투에 불과해 좀 애매한 면이 없지 않다.

NSP통신-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사건의 전개 초반은 그래도 볼만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전개는 느슨해진다. 괜히 감정선과 영화적 의미망을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면서 시간만 보낸다. 특히 뮬란이 다리를 다친 아버지 대신 몰래 군대에 들어갈 때부터 점점 지루해지고 중반 이후의 전개는 엉성하다.

특히 가장 결정적 사건의 전개라 할 수 있는 상대의 전략을 드러내는 방식은 너무나 안일하다. 뮬란이 어떻게 알았는지는 빠진 채 먼저 말을 해놓고 그에 따라 적들이 움직이는 전개방식은 무슨 무슨 뚱딴지같은 전개인지 모르겠다. 또 산사태를 일으키는 장면도 치밀하지도 않다. 그냥 저렇게 하면 멋진 장면이 하나는 될거야하는 식의 전형적 장면이다.

이는 아마도 모든 것을 뮬란의 혼자 능력에 의지해 해결하려다 보니 영화는 지루하고 어설픈 전개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주변인물들은 다 죽어놓았으니 그럴 수밖에! 또 ‘용’ 대신 등장한 봉황조차도 단지 뮬란을 따라 다닐 뿐 진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는다.

이는 남성중심적인 세계관에 지배받고 있는 과거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 뮬란에 대한 감독의 설정 때문이다.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처음부터 실사영화에서 뮬란은 ‘강한 기(氣)’를 타고났다. 또 가족을 위해 그 기를 억눌러왔는데 이를 스스로(텅 장군의 한 마디 말을 듣긴 했지만) 개방한다. 그러다보니 주변 인물들은 더욱 인형같아 보인다.

아마도 감독은 이 ‘강한 기’을 ‘단지 내가 뛰어난 데 여자라는 이유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데만 이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마녀 캐릭터 역시 전체 맥은 이 부분과 닿아 있다. 이 동질성 역시 큰 효과를 보여주지 못한다.

사실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태어난 뮬란의 어설픈 설득에 마녀가 뜬금없이 돌변해 뮬란을 구하기 위해 대신 화살을 맞고 죽어버린다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면서 “Take your place”라고 말하며 죽는데, “너의 자리(위치)를 찾아, 또는 너의 길을 찾아라” 정도의 해석으로, 마지막에 뭔가 그럴듯한 한 마디 던지면 없던 의미가 ‘짠~!’하고 되살아나는 것인지.

NSP통신-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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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뮬란’은 자신의 능력을 군대에서도 별 특별한 도움없이 그냥 발휘한다. 만약 그래도 생각이 있는 영화였다면 이 ‘타고난 기’를 반드시 숨겨할 필요성이나 제한을 두고 가야 했지만 뮬란은 그마저도 없다. 그러니 영화적 흥미는 급격히 떨어지고 공감은 산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속 ‘뮬란’ 캐릭터들은 필요도 없었고 기능을 상실한 좀비들만 남아 있게 된다. 텅 장군(전쯔단)과 홍위(요손 안)도 그 역할의 효용성도 그다지 없다.

텅 장군이 스승의 역할을 통해 ‘뮬란’을 보다 성장하게 하는 역할도 부여하지 못하게 됐고, 홍위 역시 영화에 없어도 크게 상관이 없어보일 정도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노리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을 강조하다 보니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가 상상했던 진정한 여성적 의미에서의 영웅인 ‘뮬란’은 없고, 결론은 이상하게 끝난다. 영화 속 ‘뮬란’은 사회를 바꾸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제 주변의 여성들을 설득해 미래로 나아가지도 않는다.

오히려 여성은 없고 어느덧 남성의 상징인 힘과 권력에 복종하는 뮬란만이 남는다. 좋게봐서도 ‘뮬란’은 남성의 기존 질서 속이라고 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의미인 ‘孝’ 안에 머물러 있다.

이렇게 실사 영화 ‘뮬란’은 중국 남북조 시대의 실존 인물로 전해지는 ‘화목란’ 이야기를 이상하고, 괴기하고, 특히 어설픈 영화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꼭 ‘뮬란’이 여성이어야 할 필요성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개인적 생각이지만 아마도 디즈니는 ‘그냥 중국배경에 약간의 페미니즘과 동양적 상징을 넣으면 잘 먹힐 거야’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것도 중국시장을 위한 중국 공산당을 위한 중국 영화를. 그래서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들과 설정을 버려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디즈니의 의도와는 달리 상황이 돌변해 중국은 뮬란 보도를 금지하고 중국인들도 ‘어설픈 서구적 시각으로 본 중국영화’라는 비판을 하고 있으니 디즈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NSP통신 이복현 기자 bhlee2016@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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