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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최인락 칼럼

을(乙)의 유쾌한 반란, ‘미스김’

NSP통신, 도남선 기자, 2013-05-11 22:20 KRD5
#직장의신 #김혜수 #오지호 #남양유업 #파견의품격

드라마 ‘직장의 신’으로 바라 본 현실 직장 속 호칭 이야기.

NSP통신-방송인 최인락.
방송인 최인락.

[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을(乙)의 반란(?)이 시작된 것인가. 한 유업 회사의 파동을 계기로 갑(甲)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일부 백화점은 계약서에서 갑(甲)을 ‘백화점’으로, 을(乙)을 ‘협력사’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곳에서는 갑(甲)을 ‘구매자’로, 을(乙)을 ‘공급자’로 바꾸는가 하면 심지어 갑을(甲乙)을 서로 바꾸어 쓰는 경우도 생겼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한걸음 더 나아가 갑의 부당한 횡포를 제도적으로 막기 위한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을 논의한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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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도 갑을(甲乙) 관계의 역전(逆轉), 이른바 을(乙)의 유쾌한 반란이 한창 진행 중이다.

NSP통신-드라마 직장의 신. (KBS 드라마 홈페이지)
드라마 직장의 신. (KBS 드라마 홈페이지)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미스김’은 을의 반란을 일으키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지체 높은(?) 부장도 쩔쩔 매는 ‘슈퍼갑 계약직’이자 ‘자발적 비정규직’인 ‘미스김’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을(乙), 즉 ‘비(非)자발적 비(非)정규직’들은 통쾌한 대리만족을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드라마 속 이야기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슈퍼갑 계약직’, 즉 갑의 지위를 누리는 비정규직의 등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지난 해 정부 통계 기준 600만에 가까운 비정규직은 ‘미스김’ 같은 ‘자발적’비정규직이 아니다. 전체 임금 근로자 3명 가운데 한 명꼴인 이들은 회사에 얽매이기 싫다는 이유로 비정규직을 자청하는 ‘미스김’을 그저 드라마 속 인물로 보아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가 ‘미스터김’이 아닌 ‘미스김’의 활약을 내세운 것은 왜일까? 어쩌면 그것은 비정규직여성이 남성보다 더 열악한 상황과 관련이 있는지 모른다.

현실적으로 노동의 질이나 임금에 있어서도 비정규직 여성은 비정규직 남성보다 악조건을 견뎌 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현재 우리나라 총 가구 1795만여 가운데 여성 가구주가 481만여 가구로 4가구 중 한 가구 이상이 여성가구주이다. 여성 비정규직이 이중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직장의 신’의 원천인 ‘파견의 품격’의 무대인 일본 역시 비정규직 여성이 조산할 가능성이 정규직이나 전업주부의 2.5배나 된다는 뉴스를 전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이 힘든 상황은 마찬가지로 보이는 대목이다.

‘직장의 신’에서의 자발적 비정규직 ‘미스김’처럼 우리 사회 600만 비자발적 비정규직 모두가 을의 반란에 성공하는 날을 상상해 보면서 드라마 속으로 들어가 직장에서의 호칭을 살펴보자.

제발 정규직으로 근무해 달라는 회사의 간청을 뿌리치고 할 일은 다 하고, 할 말도 다 하는 ‘슈퍼갑 미스김(김혜수)’은 ‘미스김’, ‘미스김 씨’, ‘미스김 언니’, ‘미스김 선배(님’), ‘선배(님)’, ‘언니’ 등의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미스김 씨’에서처럼 ‘~씨’는 직함이 없는 동료를 부를 때 남녀 모두에게 쓸 수 있는 호칭이다.

이름을 넣지 않고 성+씨로 부르는, 장규직 팀장(오지호)이 ‘미스김’을 부를 때 쓰는 ‘김 씨’라는 호칭은 다소 하대하는 느낌을 준다.

정주리(정유미)가 ‘미스김’을 부르는 호칭인 ‘선배(님)’은 직함이 없는 입사 선배나 나이가 많은 사람을 부를 때 성 또는 이름을 붙여서도 쓴다.

한편 극중에서 고 과장(김기천)을 입사동기인 황갑득 부장(김응수)은 ‘고 과장’으로 부르고 입사후배이자 연하이지만 직급은 높은 무정한 팀장(이희준)은 ‘고 과장님’으로 부른다. 한편 같은 직급이라도 (나보다)나이가 많으면 ‘직함+님’으로 부른다.

상사가 직함이 없는 아랫사람을 부를 때는 ‘이름+씨’를 쓰고 직함이 없는 아랫사람이라도 나이가 많은 남자의 경우에는 ‘성명+선생(님)’을 쓸 수 있다. 기혼 여직원에게는 ‘성+여사’ 또는 ‘성명+여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최인락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부산외국어대학교 한국어문학부와 일반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의 박사과정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1983년 부산CBS를 시작으로 울산, 마산, 부산MBC, 부산TBN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낭만이 있는 곳에’ 등을 진행한 30년차 방송인이다. 뜻을 함께하는 방송인들과 다문화 사회를 위한 '한누리방송(kmcb)'을 운영하며 5월 말 개국을 목표로 지역공동체라디오 ‘라디오 절영’을 준비 중이다. (사)한국다문화예술원 부산본부장. 한국방송언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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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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