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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인 최인락 칼럼

망언(妄言)과 실언(失言)

NSP통신, 도남선 기자, 2013-05-25 23:22 KRD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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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통신-방송인 최인락.
방송인 최인락.

[부산=NSP통신] 도남선 기자 = 日정치인 망언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 ‘분개’. “위안부 망언 철회하고 사죄하라”. 무라야먀 전 총리, 위안부 망언한 하시모토에 “변명 말라“. 日 여성각료 “과거에는 위안부제도 합법” 망언 논란. 미국 한인들, 일본 유엔대표부 앞 ‘망언 규탄’ 시위...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령된 발언’인 ‘망언’에 대한 최근 기사 제목 가운데 일부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반복되는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망언을 하고는 사죄특사를 보내는 양두구육 전술이었다면 요즘은 치고 빠지는 철면피 전술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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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독립운동 직후 당시 일본 수상이었던 하라 타카시(原敬)는 ‘조선은 일본의 연장’이라는 망언으로 온 민족의 분노를 샀다. 타카시의 망언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문화, 언어, 종교, 성명 말살로 구체화됐다.

그리고 타카시의 망언은 일본사람들이 일제 강점기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을 느끼는 대신 오히려 은혜를 주었다는 고정관념 형성에도 작용했다.

일제강점기에 행해진 타카시의 망언은 광복 이후에 구보다 망언(1953)으로 되살아난다. 이른바 구보다(久保田) 망언은 ‘36년간의 일본 통치는 한국인에게 베푼 은혜’로 요약된다. 전후에 행해진 일존 정치인의 망언은 대표적으로 오노(1958), 아라키(1961), 이케다(1962), 다카스키(1965), 다나카(1974), 아베 신타로(1984)가 있다.

끈질기고 집요한 망언의 역사는 근래에 들어 더욱 노골적이다. 최근에는 아베 신조(‘침략에 대한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확실하지 않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와 하시모토( ‘전쟁 당시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필요했다’), 니시무라( ‘일본에는 한국인 매춘부가 우글거린다’), 히라누마(‘종군 위안부는 전쟁터 매춘부라고 생각한다’, 이나다(‘위안부 제도가 전시 중에는 합법이었다는 것도 사실’) 등의 망언이 쏟아졌다.

우리를 향한 일본의 망언은 독도, 위안부, 일제강점기 전반에 관한 것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리고 정치인의 망언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왜곡을 통한 다음 세대에 대한 그릇된 역사의식 주입하기로 이어지고, 대물림하고 있다.

그런 망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떠한가? 일본 정치권의 망언이 이어질 때마다 국민들을 비롯, 정치권, 사회단체 등에서 반일, 극일 운동이 이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그 틈을 비집고 바다 건너에서 우리를 향한 망언을 쏟아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우리의 마음가짐을 다시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이다.

망언(妄言)을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치나 사리에 맞지 아니하고 망령되게 말함. 또는 그 말’로 해석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우리는 망언을 ‘일본의 헛소리’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은 일면 어휘의 의미 변화 즉 축소(縮小)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의미의 축소는 본래 어휘가 지녔던 의미 영역이 좁아지는 일종의 특수화 현상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의미 축소의 예로 미인(美人)이나 음료수(음료수) 등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인(美人)’은 남녀를 불문하고 ‘재덕이 뛰어난 사람’을 가리켰지만 요즘은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일컫는 형태로 의미의 축소가 이루어졌다.

‘음료수(飮料水)’ 역시 ‘마시는 물’이라는 원래 의미에서 ‘제품화되어 나온 마실 물’, 즉 ‘사람이 갈증을 해소하거나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마실 거리’만을 가리키는 의미로 축소가 이루어졌다.

日 여성각료 “과거에는 위안부제도 합법” 망언 논란, 아베의 망발 무라야마의 양심같은 뉴스 제목에서 우리는 당연히 ‘일본 정치인의 망령된 발언’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연예 관련 기사에서는 망언을 단순한 말실수라는 의미로도 쓰고 있다.

‘정글의법칙’ 노우진 망언 ‘안정환 닮은꼴 주장’, 혜리 망언 “볼살이 통통, 다이어트 해야겠다” 같은 제목인데 이 경우에는 망언의 의미를 ‘실수를 가장한 재미있는 말실수’ 정도로 쓴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

또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표현인 ‘(일본 정치인의)망언’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기사에 집중하게 만드는 노림수를 썼다고 할 것이다. 이때는 ‘우스개’나 ‘말장난’, ‘익살’ 등이 적절해 보인다.

이에 비해 한 스포츠 매체에서는 “아스널 수비수 베르마엘렌, 벵거 감독 경질설은 헛소리다”라는 제목을 뽑았다(2013. 2. 21 스포탈코리아). 이 제목을 “아스널 수비수 베르마엘렌, 벵거 감독 경질설은 망언이다” 라고 했다면 오히려 의미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망언(妄言)이라는 어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에는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의 정의를 따라 망언의 의미를 되새겨 보자.

우선 망언과 비슷한 말로 망발(妄發)이 있다. 망발도 망언과 마찬가지로 일본 우익정치인들의 ‘망령된 발언’을 가리키는 말로 자주 쓰인다(‘하시모토의 망발 그 이면에는…’ - 2013. 5.21 SBS뉴스). 망발은 ‘망령이나 실수로 그릇된 말이나 행동을 함. 또는 그 말이나 행동’이다.

그리고 말이나 행동을 잘못하여 자신이나 조상을 욕되게 할 경우에도 쓴다고 했으니 망발을 일삼는 일본 정치인들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은 물론 일본 전체를 송두리째 욕되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망발과 관련된 말로는 실언, 허튼소리, 헛소리가 있다.

실언(失言 말실수)은 실수로 잘못 말하는 것을 가리키며 비슷한 말로 구과(口過 말을 잘못한 허물), 일구(逸口), 실구(失口), 실어(失語) 등이 있다. “(아베가)최근 역사 인식 문제와 관련한 잇따른 실언(失言)으로 국제적 지탄을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에서처럼, 망언으로 규정해야 할 사안을 단순한 말실수로 해석될 수 있는 ‘실언’으로 다루는 것은 국민 정서상 적절하지 않다.

헛소리는 ‘실속이 없고 미덥지 아니한 말, 앓는 사람이 정신을 잃고 중얼거리는 말’로 해석되는 만큼 망언, 망발, 헛소리 등이 적절한 표현으로 보인다. 허튼소리는 함부로 지껄이는 말로 낭어(浪語)라고도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말하는 것이 조리가 없고 횡설수설하는 증상’을 말한다. 혹시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말하는 것이 조리가 없고 횡설수설하는 증상’을 보이는 병에 걸려서가 아닌가 하고 상상해보니 쓴웃음이 난다.

불가에서는 바라이(波羅夷)라고 해 계율 가운데 가장 엄하게 제지(制止)한 것으로 비구는 네 가지를, 비구니는 여덟 가지가 있다고 했다. 그 가운데 비구의 바라이는 살생 음행 절도 망언(妄言) 등이다. 비단 불가에서만 지켜야 할 계율이겠는가.

연일 계속되는 일본 정치인의 망언 행태를 보면서 망언다사(妄言多謝)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최인락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부산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서 외국어로서의 한국어교육을 공부하고 있다. 1983년 CBS를 시작으로 부산MBC, 부산TBN 등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낭만이 있는 곳에’ 등을 진행한 30년차 방송인이다. 다문화사회를 위한 '한누리방송(kmcb)'을 운영하며 6월 말 개국을 목표로 지역공동체라디오 ‘라디오 절영’을 준비 중이다. (사)한국다문화예술원 부산본부장. 한국방송언어연구원장.

도남선 NSP통신 기자, aegookja@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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