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열흘 새 5대 시중은행의 가계부채가 2조원 가까이 증가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계획 역시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50조 791억원으로 이달 들어 1조 9979억원 증가했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 4월말 전월 대비 4조 5337억원, 5월 전월 대비 4조 9964억원 늘었다.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이달 말 증가액은 5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1조 4799억원 늘었다. 오는 7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시행되기 전 막차 수요가 반영됐다. 스트레스 DSR은 DSR 산정시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대출 한도 산출시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이와 관련해 대출비교사 관계자는 “지난 5월 금융점수 900점 이상인 고신용자의 제2금융권 대출 약정 수는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 발표 전과 비교해 40.4% 늘었다”고 말했다. 수도권 외곽으로도 확산된 부동산 가격 상승세로 인해 고신용자들도 ‘영끌’에 나선 것.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기조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면서 가계부채가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의 가계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1.5%에 달한다. 전체 가계신용 중 58.3%가 주택담보대출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둘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 주 대비 0.26% 상승해 지난해 8월 넷째주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고민이 깊어진 이유다. 저성장 국면에도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부동산 쏠림현상으로 인한 가계부채 폭증 등 더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국은행 창립 75주년 기념사를 통해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은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를 제외하고는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은 0.8%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지난 3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연율 기준으로 약 7% 상승했으며 금융권의 가계대출 증가세도 확대되고 있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경기 회복을 위한 부양책이 시급한 것이 분명하지만 동시에 성장 잠재력의 지속적인 하락을 막고 경기변동에 강건한 경제구조를 구축하는 노력도 병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중동 불안에 국제유가 급등…물가 끌어올릴까
이와 함께 국제 유가 하락세로 안정권에 진입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오를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스라엘과 이란 사태로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군사시설과 이란 수뇌부를 겨냥한 공습 이후 7% 이상 올랐다. 이는 2022년 3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하루사이의 최대 상승폭이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무인기는 이란 걸프 해역에 있는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을 공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0분 기준 서울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리터당 1705.98원으로 전일 대비 9.46원 올랐다. 업계는 이번주부터 국내 유가가 본격적으로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마련 중인 2차 추경안에 포함된 민행회복 소비쿠폰 역시 물가 상승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 협의에서는 소득 수준별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국민은 25만원, 취약계층은 최대 50만원 수준이다.
이같은 지원책으로 시중에 돈이 대거 풀릴 경우 물가를 상승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전월 대비 4.1%로 2개월 연속 4%를 기록했다. 외식물가 역시 전년 동기 대비 3.2% 상승했다. 앞서 코로나19를 겪은 2020년의 경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농축수산물 상승률은 6.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코로나19 이후 물가 폭등을 겪었는데도 전국민 지원금 카드를 꺼내든 것은 위험하다”며 “물가상승률을 겨우 안정시켰는데 예상치 못한 중동 전쟁과 전국민지원금으로 다시 물가 폭등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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