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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P영상연재도용복 ‘살아있으라 사랑하라’(7)

느림의 미학 ‘부처의 나라 미얀마’

NSP통신, 김연화 인턴기자, 2012-07-19 11:26 KRD1
#도용복 #미얀마 #살아있으라 사랑하라 #오지탐험가 #아웅산

미얀마 아웅산 묘지, 부처 살아생전 건립되었다는 ‘쉐다곤 파고다’

NSP통신-기업인이자 오지탐험가 도용복 회장
기업인이자 오지탐험가 도용복 회장

[부산=NSP통신] 김연화 인턴기자 = 비행기 창문 밖으로 양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황금의 나라답게 공중에서도 수많은 황금빛 사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대충 눈으로만 둘러봐도 10여 개는 넘는 것 같다.

양곤공항에 도착하니 국제공항치고는 작고 아담하다. 모니터를 보니 하루에 뜨는 비행기가 스무 대도 안 되는 듯 하다. 공항을 지은 지 얼마 안 되었나 무척 깔끔하다.

출입국에서 이들 특유의 화장품인 ‘다나까’를 바른 심사위원의 모습을 보니 미얀마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미얀마인들의 전통화장품 다나까는 말 그대로 다나까라는 나무를 맷돌처럼 생긴 돌에 갈아 물을 적시면 생기는 뽀얀 즙을 얼굴에 바르는 것인데, 예로부터 미얀마인들은 이 다나까로 더위를 견디고, 강렬한 태양열로부터 피부를 보호해왔다.

NSP통신-다나까를 바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다나까를 바르고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

공항을 나와 숙소로 가는 버스에서 창밖을 내다보니 지나다니는 버스들은 2~30년 된 중고차들이고, 오래전 낡은 사진 속에서나 봄직한 흑백의 건물들이 촘촘히 붙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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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마 모양의 론지longyi라는 미얀마 전통의상을 입고 여유있게 걸어다니는 남자들, 작은 트럭을 개조해 만든 차량에 아둥바둥 매달려가는 남자들... 낡은 싸이카(영업용 자전거 택시)를 타고 편안히 가는 남자들... 모든 풍경들이 70년대 우리네 정겨운 모습이다.

NSP통신-미얀마 전통의상인 론지를 입고 있는 남자.
미얀마 전통의상인 론지를 입고 있는 남자.

미얀마의 옛 이름은 ‘버마’다. 그래서인지 미얀마 하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제5공화국 시대의 아웅산묘지 폭파사건이다. 우리나라의 김구 선생처럼 미얀마 독립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아웅산 장군이 그의 동지였던 우 소U Saw가 보낸 저격병에 의해 암살당하여 묻힌 곳이 아웅산묘지다.

현지에서 들은 이야기지만, 당시 미얀마를 방문하는 외국국빈은 의전 절차상 미얀마가 자랑하는 쉐다곤 파고다를 참배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불교도가 아닌 전두환 전대통령이 난색을 표함에 따라 양국의 두 외무장관은 한국의 예를 들어 국립묘지로 스케줄을 변경했는데, 그 변경된 일정과 장소가 어떻게 누설되었는지는 아직까지도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

원래 아웅산 추모탑 참배시간은 오전 10시. 이미 대통령 수행원들은 현장에 도열해 있는 상황이었으나, 10시가 되어도 의전을 담당한 미얀마의 외상이 도착하지 않자 당시 미얀마 대사인 이계철 버마대사에게 먼저 현장에 가보도록 지시를 내렸다. 의전절차에 착오가 발생하자 당황한 이 대사의 차량은 국가원수가 주재국 체재 중에는 대사전용 차량의 국기를 내려야 함에도 그대로 단 채 묘지에 도착했고, 원거리에서 보던 테러범의 눈에는 이 대사의 외모가 전 대통령과 비슷한 대머리인지라 그를 대통령으로 오인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숙소 앞에 대기하고 있던 경호단도 차량경호를 시작했고, 아웅산 묘지에 도착했을 때는 이 대사 행렬을 전 대통령 도착으로 착각한 묘역 의전행사팀이 진혼곡을 울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주도면밀하게 준비한 테러범이라 하더라도 오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계철 대사를 비롯한 수행각료와 수행원 16명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15명이 중경상을 입은 강력한 폭발이 아웅산 묘지를 한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만들어버렸다. 암살의 대상은 당연히 전 대통령이었을진대, 그가 살아남은 것은 의전상의 실수 덕분이었다고 하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미얀마의 아침은 까마귀 소리와 인근 사찰의 법문 외는 소리로 열린다. 이른 새벽 일어나 가까운 재래시장을 둘러 볼 요량으로 사진기를 들고 숙소를 나섰다. 거리로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스님들의 탁발 행렬. 작은 종을 흔들어주는 길잡이가 앞장을 서고 그 뒤로 30~70명의 스님들이 공양 받을 발우를 들고 줄지어 걸어간다. 어린 승려부터 나이든 승려까지 모두 맨발로 조용히 엄숙하게 걷고 있다.

젊은 여인이 큰 밥통을 들고 길가에 서 있다가 차례대로 한 주걱씩 밥을 퍼 정성스레 발우에 담아준다. 보시를 하는 그들 역시 모두 맨발이다. 동네사람들은 밥통을 들고 미리 나와 꿇어앉거나 합장을 하고 탁발행렬을 기다리며, 넉넉지 못한 형편에도 자신의 처지에 맞게 음식을 준비해 승려들에게 공양한다. 스님들의 긴 공양 행렬은 미얀마에서 언제나 볼 수 있는 아침 풍경이다. 두 손을 합장하고 예를 갖추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서 부처의 나라 미얀마의 단편을 볼 수 있다.

NSP통신-스님들의 탁발행렬로 열리는 아침.
스님들의 탁발행렬로 열리는 아침.

사실 미얀마는 세계 최고의 불교국가 중 하나다. 어디를 가나 불탑을 비롯한 불교유적이 곳곳에 널려 있는데, 특히 4백만 개가 넘는다는 불탑(파고다)은 세계적인 불가사의로 알려져 있다.

미얀마의 불교는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아기가 태어나 다섯 살이 되면 사원에 딸린 유치원에 들어가 불교적인 예법과 생활 규범을 배운다. 열 살 무렵에는 ‘신쀼’라는 의식을 통해 처음으로 불교도로서 인정받게 된다. 이 의식을 행할 때 아이는 화려한 화장에 가장 좋은 옷을 입고서 백마 타고 사원으로 들어가는데, 이때는 가족은 물론이고 마을사람들까지 모두 나와 축원을 해 준다. 사원에 들어간 아이는 출가자로 한철을 보내게 된다. 일반인의 출가와 환속도 자유로워서 정식으로 율법을 지키는 수행자도 많지만, 신쀼의식 때부터 사원에 들어가 공동생활을 체험한 사람들은 사회생활을 하다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삭발을 하고 단기출가자가 된다.

양곤 시내를 지나다보면 하늘로 높이 솟은 황금빛 탑을 종종 보게 된다. ‘양곤의 영혼’이라 불리는 미얀마 전 국민들의 자부심 ‘쉐다곤 파고다’의 모습이다. 쉐다곤을 보지 않고서는 미얀마를 완전히 보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유명한 전 세계 불자들의 성지순례지다. 쉐다곤 파고다는 약 2,500년 전 부처님이 살아있을 때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얀마의 두 형제 상인이 인도에서 부처님으로부터 여덟 발의 머리카락을 얻어와 봉안하고 파고다를 건립한 것이 기원이라고 한다.

이후 15세기 때 바고의 여왕이 이곳에 자신의 몸무게와 같은 양의 금을 보시하여 탑을 만들기 시작한 뒤로 역대 왕과 부자들이 경쟁하듯 금과 보석 등을 보시하여 오늘날처럼 엄청난 크기의 불탑이 되었다. 지금도 해마다 불자들로부터 받은 금과 보석을 탑에 쌓고 있다고 한다. 99미터 높이에 외벽의 금만 해도 60톤이 넘고, 탑 상단의 7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비롯하여 2,317개의 루비와 1,065개의 금종, 420개의 은종 등이 장식되어 있다고 하니 그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NSP통신-미얀마 국민들의 자부심과도 같은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 국민들의 자부심과도 같은 '쉐다곤 파고다'.

미얀마는 현재 미국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군부통치 국가로 얼마 전 태국을 통한 국경을 개방한 것 외에는 오직 공항으로만 입국이 가능한 나라다. 하지만 아직은 개발이 되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이 그대로 남아 있는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마을 어귀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길손들을 위한 물항아리가 마련되어 있다. 누군지는 모르나 더위에 지친 나그네를 위해 매일 새 물을 떠다 놓는 것이다.

현지 교포의 말에 따르면 요즘처럼 바삐 돌아가는 세상에 비해 미얀마는 아직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기다려주는 미덕이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마치 마약처럼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곳이라고.... 현재 공식 명칭인 미얀마는 군사정부가 일방적으로 지은 이름으로 ‘빠르고 강하다’는 뜻이다. 여유롭고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이 사는 이곳에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지 않는가.

내레이션 = 도남선 기자 aegookja@nspna.com
촬영 = 조미양 인턴기자 jmy5036@nspna.com
편집 = 오혜원 인턴기자 dotoli5@nspna.com

김연화 NSP통신 인턴기자, yeonhwa080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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