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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헌의 20’s Navi

지극히 종교적인 시국 기도

NSP통신, 도남선 기자, 2013-12-17 07:55 KRD5
#시국기도 #니묄러목사 #정교분리 #함세웅신부 #노무현대통령
NSP통신-홍준헌 WANNA 편집장.
홍준헌 WANNA 편집장.

(서울=NSP통신 도남선 기자) =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르틴 니묄러 목사가 한 말이다. 그의 이야기 속에서 나치는 사회민주당원, 노동조합원, 유태인을 거쳐 목사에게 도달한다. 마지막 구절은 다음과 같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애국주의를 추종했고 한때는 나치를 지지했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총을 들이미는 나치를 보자 침묵을 멈추고 반나치주의 운동에 참여했다.

정치가 종교의 색채를 띠면 안 된다는 ‘정교 분리’는 때때로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그런 논리라면 종교 정당의 창당도, 종교인의 선거 참여도 금해야 할 것이다. 참정권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며 그 주체가 종교인이라 할 지라도 정치에 대해 의견을 피력할 권리가 있다.

그럼에도 2013년 추운 겨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종교계의 시국 기도를 비난하는 현 정부와 여당 의원들은 종교인 종북론과 더불어 정교 분리 논리를 내세우고 있으니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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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 분리를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더라도 지금의 상황을 정치 개입이라 볼 수는 없다. 기독교의 경우 “오직 하나님만 두려워하라. 그리고 모든 도를 행하라”는 하나님 말씀이 있다. 또 불교는 ‘업보’를 쌓지 말고 나와 타자를 한 몸으로 보아 ‘선’을 베풀라고 가르친다.

오랜 역사 속에서 종교인들은 저마다의 교리를 따라 선과 정의를 추구해왔다. 때로는 민중을 대변해 ‘통치 권력’에 대항하다 박해받기도 했다. 권력의 탄압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꿋꿋이 스스로가 믿는 정의를 구현하려는 이들. 그들에게서 정치 권력에 결탁해 이득을 추구하려는 의도는 성경 한 장의 두께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본질은 국가와 국민의 삶을 운영하는 활동이며, 종교의 본질은 삶의 방향성에 대한 초월적 존재의 가르침이다. 정치가 올바르게 실현될 때 종교가 여기에 편승해서는 안 되며, 정치에 부정이 있을 때 종교는 올바른 길을 제시해야 한다.

이러한 관계에 대해 어느 한 쪽만의 편을 드는 것이야말로 권력이 정치 혹은 종교를 현혹하는 계기를 만들어 줄 뿐이다. 그러한 이유로 낮은 곳을 외면한 채 높은 곳에 서려는 종교인의 정치 개입이 비난받을지언정, 낮은 곳에서 높은 곳에 있는 이들의 반성을 촉구하는 움직임은 마땅히 보장돼야 한다.

2차대전 이후 여러 나라 정부와 단체를 찾아 다니며 국가 간 화해를 이끄는 데 앞장선 니묄러 목사를 정치적이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2004년 함세웅 신부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지지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시국 기도 역시 전혀 정치적이지 않다.

단지 정치권의 문제라는 이유만으로 종교를 애써 비난하고 분리시키려는 노력이야말로 너무도 정치적인 시각에서 나오는 행위가 아닐까. 지극히 종교적인 이 행위에 대해 여러 논란을 덧씌워 종교인들을 겁박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홍준헌 NSP통신 칼럼니스트는 경북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취업신문 대구팀장을 거쳐 월간지 WANNA의 편집장으로 재직중인 20대 청춘의 대표주자다.

본 기고/칼럼은 뉴스통신사 NSP통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aegookja@nspna.com, 도남선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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