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P통신 류수운 기자] 드라마 히트 제조기 김수현 작가가 영화 <하녀>의 리메이크 시나리오 작업을 자진 철회했다.
김 작가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공식사이트에 ‘뒤통수 모질게 맞았습니다’라는 제하의 글을 게재하고, <하녀> 시나리오 자진하차 의사를 분명히 했다.
김 작가는 글에서 조목조목 하차 이유를 설명하며,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게된 임상수 감독의 전횡에 대노했다.
글에는 임 감독이 제작사와 함께 자신의 의사를 묵살한채 시나리오를 제멋대로 대폭 수정해 배신감과 불쾌감에 시나리오를 회수하고 자진하차하게 된 이유가 거침없이 담겨졌다.
김 작가는 이 글에서 “김수현의 <하녀> 시나리오는 최종적으로 약 일주일 전에 완전 회수했다”며 “제작자의 간청을 뿌리치지 못해 휴가 중 2개월을 대본 작업에 매달려 (시나리오를) 끝내고, 임상수 감독을 제작자가 ‘안된다’고 한 것을 그의 높은 연출력을 들어 설득해 감독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임 감독과 함께 영화 작업을 하게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제작자와 계약 당시 대본 수정이 필요하다면 ‘납득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을 시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임 감독과 한 차례 만남에서도 같은 뜻을 전했음을 분명히 했다.
김 작가는 이후 임 감독이 추석 직전 들고 온 수정 대본을 보고 “황당하기 그지 없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이건 수정 보완의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임상수 시나리오로 다시 쓴 대본이었다”며 “내 대본에서 살아 있는 것은 초입의 한 장면 반토막과 나오는 사람들 이름 뿐이었다”고 경악스러웠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임 감독이 들고 온 대본이 자신의 것보다 훌륭했다면 아마 그 대본대로 하라고 말했을 것이라며, 수정 대본은 수준이하 였다는 의중을 나타냈다.
김 작가는 추석 전날께 다시 임 감독을 만나 “도대체 대본을 다시 썼어야한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물었더니 그는 “이건 선생님 대본이다. 선생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저보고 처음부터 이걸 쓰라고 했으면 저는 이렇게 못썼을 것이다”고 어처구니 없는 대답을 하더라는 것.
이에 “임상수 시나리오를 용인할 수가 없으니 어쩔 거냐”했더니 그는 “한 번 믿고 그래 네 마음대로 만들어봐라 할 수는 없냐”고 우기다가 마지 못해 “할 수 없죠. 제가 선생님을 따라야죠”라고 말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작가는 이후 제작자와 임감독이 자신의 의사(임 감독 대본 중 골라 쓸 수 있는 게 있으면 수정본에 끼워넣어주겠다)를 묵살한 채 자기들 식으로 일을 진행시키고 있었던 것 같다고 황당해했다.
그는 “약 일주일 전에 제작자와 통화해 사실확인을 하고 내가 ‘빠진다’했더니 임 감독이 이메일로 ‘시간을 내 주신다면 찾아뵙고 사과드리고 야단 맞고 용서를 바란다’는 내용을 보내왔다”며 “하지만 나는 ‘사과 필요없고 야단칠 의욕없고 용서 할 수 없다’는 답장으로 마무리 했다”고 <하녀> 시나리오 작업 하차를 결정짓게 된 이유를 밝혔다.
김 작가는 임 감독의 메일에는 ‘이 작업에서 김수현이 빠진다면 자기는 세상에 도둑놈 사깃군 밖에 되지 않는게 아니냐’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며 실소했다.
“내 대본이 자기가 다룰수 없을 만큼 조악했으면 간단하게 ‘나는 이 대본으로 연출 못하겠다’하고 (임 감독은) 연출 포기를 했어야 옳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젊은 아이들이 무섭다는 실감으로 등골이 써늘하다”고 김 작가는 임 감독의 자질과 인성을 비판섞인 어조로 맹렬히 비난했다.
김 작가는 글을 마무리하며 “나의 <하녀> 대본은 임 감독 빼고 일곱사람이 읽었다. 한 사람만 민간인이고 모두 이 계통 사람들이다. 평점 아주 잘 받았다”며 “홈페이지에 시나리오 전편을 올릴테니 흥미있는 분들은 한번 읽어봐달라”고 당부해 시나리오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한편 1960년 김기영(1919~1998) 감독의 작품을 50년 만에 리메이크하게될 영화 <하녀>는 톱배우 전도연이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으며, 이 작품은 이번 김수현 작가 하차와는 상관없이 오는 12월 초 촬영이 진행될 것으로 전해졌다.
DIP통신 류수운 기자, swryu64@dip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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