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DIP통신] 전용모 기자 = 지난 2008년 유치장 수용 과정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받았던 여성 4명이 1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각 600만원씩 모두 24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에 따르면 피해자들은 2008년 8월 15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집시법 위반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되어 유치장에 수용됐다.
피해자들은 소장에서 “어쩔 수 없이 공공연하게 브래지어를 벗는 경험을 하면서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성적 수치심과 두려움을 느꼈고 이를 극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브래지어가 자살도구로 사용될 위험이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구치소 등 구금시설에서 브래지어 탈의를 강요한 경우는 없었고, 2003년 이후 국내 구치소·교도소는 물론이고 유치장에서도 브래지어를 이용해 자살을 하거나 타인을 위해한 사례가 한 건도 없었던 점을 볼 때 경찰의 설명은 납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피해자들은 경미한 범죄로 연행된 사람들로 자살이나 자해의 동기나 가능성이 애초에 없었으므로 경찰의 브래지어 탈의 강요는 자살 방지라는 제도의 목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행해진 매우 이례적인 조치로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항변이다.
천주교인권위는 “이 사건은 국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의하지 않고 내부 규칙에 불과한 훈령으로 기본권을 제한했음은 물론, 경찰이 재량권을 남용하여 자의적으로 호송규칙을 확대 해석함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한 직무행위이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공권력 행사인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2008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빗발치자 경찰청은 2009년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브래지어의 위험성 유무에 대한 검증을 거쳐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판정을 받아 사실상 허용하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6월에도 반값등록금 시위를 하다가 연행된 대학생이 서울 광진경찰서에서 유사한 피해를 입음으로써 경찰의 답변이 거짓이었음이 확인됐다.
천주교인권위는 “이 소송은 유현석 공익소송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경찰의 위법, 부당한 공권력 행사가 근절되어 더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이같이 밝혔다.
한편 천주교인권위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故(고)유현석 변호사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지금까지 조작간첩 재심사건, 군의문사 사건 등 10여 건의 사건을 공익소송사건으로 선정, 소속 변호사들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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