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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고 금융소비자보호 본인상’…IMF 화상회의 전환, 금감원 못만나(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명패를 내놨다. 금감원 로비에는 기수별 동기회에서 준비한 근조기도 세워졌고 부고 형식의 대형 현수막도 걸렸다.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와 공공기관 지정에 반대하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해 오는 12일 금감원에 방문 예정이던 IMF에 직원들이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었으나 화상회의로 전환되면서 이 조차 불가능하게 됐다.
11일 금감원 로비에 대형 부고 안내문이 걸렸다. “금융소비자보호가 운명을 다하셨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문구가 적혔다. 금감원이 16년만에 공공기관으로 재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금감원이 금융감독위원회, 재정경제부에 이중으로 예산과 인력 통제를 받을 위험에 처해 본연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는 지난 5년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정기평가에서 내놓은 권고에 역주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IMF는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는 전략 수립, 비은행 관련 통계 부족 문제 해결, 금융시장 육성 정책 및 위기 대응 관련 역할에 집중하고 금융감독원에 보다 많은 운영 및 집행 권한을 부여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편으로 금감원이 공공기관에 지정되면 2개 부처(금감위, 재경부)의 이중통제를 받게 돼 기존에 가진 독립성과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 이미 공공기관 미지정을 전제로 금감원은 기재부의 요구에 따라 3급 이상 관리자 비중을 35% 이내로 줄여 승진문을 좁혔고 비용절감을 위해 해외사무소를 철수하기도 했다.
여당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튜버 김어준씨의 발언도 금감원 직원들의 화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자신이 진행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상 겸손은 힘들다’ 유튜브 라이브에서 “(공공기관 지정은) 그분들(금감원 직원) 개인의 삶에서는 납득할만한 불만이다”라며 “퇴사를 전원 받고 새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을 비롯한 기재부 출신 참모들의 ‘재경부 확대’ 전략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지난 9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김 정책실장은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그동안 지속해온 여러 문제를 해결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에 따라 금융위 직원들은 재정경제부로 흡수되고 공공기관으로 지정될 금감원과 금소원까지 재경부가 통제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금감원 직원은 “결국 이 모든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은 기재부 관료가 무소불위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으로 결론 지어진다”며 “1997년 이전 재경부 공무원이 마음대로 하던 체계로 퇴보하는 것이며 권한만 가지고 문제가 발생하면 금감원, 금소원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에 금감원 직원들은 IMF에 직접 이같은 상황을 전달하고자 준비 중이다. 오는 12일 연례회의를 위해 금감원을 방문하는 IMF에 ‘금융감독 독립성 훼손’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역시 불가능하게 됐다. 기재부는 “IMF 요청에 따라 연례회의는 화상회의로 전환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IMF는 연례협의 주제 외 다른 것으로 논쟁에 휘말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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