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은태 기자 = 김경일 파주시장, “파주시 구석구석 돈이 돌아 지역 경제에 활력 불어넣을 수 있는 지역경제 생태계 만들어 나가겠다”
경기 북부의 대표적인 도·농 복합도시인 파주시(시장 김경일)가 로컬 푸드로 지역 상생 순환 경제 생태계 구축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자투리땅 한 뙈기라도 있으면 밭을 일구어 농작물을 심으려 하는 것이 농민의 마음이다. 하지만 고생스럽게 키워낸 작물들을 내다 팔 곳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내다 버릴 수밖에 없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시 관내 노동 집약적 생산 활동과 가사 부담을 동시에 지는 여성 농가, 기계·자동·시스템화 등에 있어 청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뒤떨어질 수밖에 없는 고령농가, 농가 평균 소득에도 못 미치는 영세소농들은 현재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김경일 파주시장은 “로컬푸드는 도농복합도시인 파주가 가진 소중한 자산이다”며 “로컬푸드 활성화를 통해 지역 먹거리 유통구조를 혁신하고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농가에게는 안정적인 판로와 소득증대의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들에게 신선한 지역 먹거리를 공급함으로써 파주시 구석구석 골고루 돈이 돌아 지역 경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강한 지역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파주시, 로컬푸드 유통 활성화로 도농상생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
시는 이 같은 현실을 타개할 지역 농산물 유통구조 혁신 방안으로 로컬푸드를 주목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소비자의 식탁으로 이어주는 로컬푸드 유통체계를 활성화함으로써 농민들에게는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고 소비자에게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이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는 우선 로컬푸드 유통 기반시설부터 확충하기로 했다. 생산자 접근성이 뛰어난 북부권역에 시가 직영하는 로컬푸드 직매장을 조성하고 소비자들의 로컬푸드 수요가 높은 운정신도시에는 대규모 직매장 시설과 교육장, 조리 체험실 등 생산자와 소비자 간 활발한 교류를 위한 시설을 겸비한 로컬푸드복합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이 시가 내놓은 파주 로컬푸드 정책의 밑그림이다.
이 중 북부권역 로컬푸드 직매장 조성 계획은 지난 7월 말 로컬푸드 직매장 문산점이 문을 열면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냈다. 두 달간 시범운영을 거쳐 운영체제를 안정화한 문산점은 지난 9월 29일 정식 개장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로컬푸드 직매장 문산점은 파주시가 직접 나서 지역 농산물 유통을 책임지는 첫 번째 시도다. 문산읍 선유리에 392㎡ 규모의 신축 상가 1층에 자리 잡은 문산점은 지난 2014년 파주시에 처음 생긴 조리농협 직매장을 비롯한 7개소의 기존 직매장과 달리 매장 조성 비용 6억 원을 전액 시 예산으로 투입해 마련한 시 직영 1호 직매장으로 파주시 출자기관인 파주장단콩웰빙마루가 운영을 맡고 있다.
지난 4년간 운영해온 파주장단콩웰빙마루 ‘해스밀래 로컬푸드’를 확장 이전하는 형태로 문을 연 문산점은 별다른 홍보 활동이 없었던 두 달간의 시범운영 기간에만 벌써 153개 농가가 상품 출하에 합류하고 매출실적 또한 빠른 속도로 늘어나며 성공적으로 안착해가는 모습이다.
임시 개장 첫 주차 1179만 원으로 시작한 주간 매출실적은 5주차에는 2700만 원까지 뛰었고 이후로도 2200~2400만 원 수준을 유지해 두 달간 총매출이 2억 2000만 원(9월 30일 기준)을 돌파했다. 일 평균 매출로 환산하면 약 340만 원으로 7개소의 기존 직매장들인 수년에 걸쳐 도달한 운영 실적에 버금가는 수준을 보이고 있어 정식 개장 이후에는 더욱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직매장 7개소의 출하 농가수가 모두 421개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문산점 한 곳에만 153개 출하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는 점도 놀라운 성과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지난 두 달간 문산점 직매장에 선보인 신선 농산물 품목 수도 687가지에 이른다.
이 중 농산물 출하 농가는 104개로 전체 출하 농가의 75%를 차지하고 있고 그밖에 축수산물 출하 농가가 8개, 장류를 비롯한 가공품 출하 농가도 41개가 참여하고 있다.
신선 농산물의 출하 체계는 농가가 전날 오후 또는 당일 새벽 수확한 농산물을 직접 선별과 세척 소포장을 마무리해 직매장에 출하하면 매장 직원이 판매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판매 수수료는 12%이며 추가적인 판촉 비용이나 입점 수수료는 없다.
자가 소비 텃밭 농부에서 ‘월급 받는 농부’로 전환
생산한 농산물을 자가 소비하거나 전통시장에서 임시 좌판을 여는 방법 외엔 판로가 없던 농민들은 자기 가게처럼 농산물을 내다 팔 수 있는 판매처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 매우 고무된 분위기다.
파주시 탄현면 구석진 오지에 텃밭을 마련해놓고 가족들 밥상에 올릴 채소를 키우다 농사짓는 재미에 빠져 어느덧 경력 18년 차 농민이 된 신선자 씨(70세)는 “매일 같이 뙤약볕을 쏘이고 비바람 맞아가며 피땀을 쏟은 보람을 맛볼 수 있게 됐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직매장에서는 그날그날 수확량과 가짓수가 들쑥날쑥 조금씩 달라져도 납품을 거부당하는 일은 없다. 가격도 출하량도 농부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 농민으로서 느끼는 자존감과 성취감도 상당하다.
그간 판로가 없어 자식 같은 농산물을 그냥 썩혀 내버리는 일이 허다했던 신 씨는 로컬푸드 직매장 출하를 시작한 이후로 두 달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장에 상품을 내다 팔아 153개 출하 농가 중 매출실적 1위를 차지했다. 두 달간 통장에 찍힌 대금이 판매수수료를 제하고도 4~500만 원은 족히 되어 월평균 소득이 200만 원을 넘어섰다. 아무리 애를 써도 자가소비용 텃밭 농사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 같던 그가 직매장 출하로 안정적 소득원을 확보해 ‘월급 받는’ 농부로 거듭날 수 있게 됐다.
한편 파주시 로컬푸드복합센터는 지역농산물 유통의 거점 역할은 물론 지역 내 중‧소농 생산자와 소비자 간 교류를 촉진해 54만 파주시민이 농업농촌의 가치를 공유하며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며 지속 가능한 농업농촌의 미래를 열어가는 핵심 기반시설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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