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IBK기업은행이 금융사고 관련 ‘쇄신 방안 이행’을 두고 자화자찬에 나섰다. 일단 임직원 가족 정보를 시스템에 등록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완성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연이어 터져나온 40억원대 금융사고와 함께 기업은행은 다음 주 있을 하반기 인사를 앞두고 6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882억원 부당대출 연루 임직원도 제대로 추려내지 못한 상황이다.
◆882억원 임원 사고에 책임은 직원이?…‘쇄신안’에 직원들 불만↑
지난 1월 기업은행은 239억 5000만원의 업무상 배임 사건을 공시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검사 후 밝힌 사고 규모는 882억원으로 640억원 이상 불어났다.
금감원 검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은행 퇴직 직원이 기업은행 대출심사역인 아내와 직장동료 등과 함께 7년간 부당대출을 받았다. 대출심사센터장과 지점장인 동료들은 미분양 상가 대출도 승인하며 대출을 내줬다. 이 대가로 동료들은 금품과 법인카드를 제공받았다.
또 기업은행 고위 임원들은 해당 퇴직 직원 소유 지식산업센터에 은행 점포를 입점시키고 골프접대뿐 아니라 자녀 위장 취업을 통해 자녀 계좌로 금전을 지급 받았다.
대출심사센터장은 실차주와 짜고 실차주 관계사 대표를 자신의 처형으로 교체, 입행동기(지점장)를 활용해 대출을 직접 승인했다.
기업은행은 제보에 따른 자체조사를 통해 이같은 조직적 부당거래를 인지하고도 금감원에 금융사고를 허위·축소·지연보고를 한 것이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당시 “금감원 검사 과정에서 여러 기록 삭제, 관련자 대화 등을 봤을 때 형법에서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조직적 은폐 정황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같은 사고 이후 내놓은 ‘쇄신안’이 고스란히 직원들의 부담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지난 3월 26일 “이번 사고는 내부통제와 업무 프로세스의 빈틈, 시스템의 취약점과 함께 부당한 지시 등 불합리한 조직문화가 그 원인”이라며 “친인척·퇴직직원 등 이해관계자의 대출을 걸러내는 업무 프로세스가 취약했고 영업과 심사업무가 엄격히 분리되지 않아 내부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원인을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지점장 이상 임직원의 친인척 정보 DB 구축 ▲매 대출시마다 담당직원으로부터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 작성 ▲각 심사역으로부터 매 심사시마다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 발급 ▲‘승인여신 점검 조직’ 별도 신설 등을 내걸었다.
이같은 쇄신안이 발표되자 기업은행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 없이 쇄신의 대상이 임원이 아니라 평직원들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행장은 “잘못된 지시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거부하지 않고 이행한다면 지시자와 마찬가지로 엄정하게 그 책임을 함께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기업은행 노조는 쇄신안에 반발하며 ‘혁신안’을 내놨다. 혁신안에는 ▲경영진 총사퇴 ▲중기대출·창업기업·기술금융 KPI 폐지 ▲무한경쟁 유발 가산점 폐지 ▲부당지시자 엄중 처벌 및 취급자 면책제도 도입 ▲퇴직직원 자회사 및 협력사 낙하산 인사 근절 ▲골프 등 접대성 친목 모임 전면 금지 ▲여신심사부터 완전한 독립 부서로 전환 등이 담겼다. 보다 구조개선과 재발방지 대책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또 은행장, 전무이사, 부행장, 본부장 등 경영진의 횡령·배임 등 불법·비위 행위 사례에 접수를 받았다. 노조 간부가 사비를 털어 현상금 최대 1000만원까지 내걸기도 했다.
‘IBK쇄신계획’ 발표가 무색하게 지난달 23일에 또 금융사고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기업은행의 한 지역 지점장과 팀장급 약 6명이 수년간 부당대출을 한 뒤 이자와 배당이익을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부당대출 연루자 색출 ‘미적미적’…당장 내주 하반기 인사
김 행장은 ‘IBK쇄신계획’의 첫 문장에 “이번 일에 연루된 임직원에 대해 철저하고 신속하게 그 책임을 물어 일벌백계의 조치를 취하고 징계처분이 실질적인 효용을 발휘할 수 있도록 무관용 엄벌주의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는 15일 예정된 하반기 인사 발표를 앞두고 지금까지도 구체적인 명단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 금감원 조사에서 총 28명의 직원이 이번 사고에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지만 기업은행이 자체적으로 파악해 인사조치한 직원은 6명뿐이다. 그중 퇴직직원 한 명은 구속, 센터장 한 명은 대기발령 상태다.
때문에 금융사고에 연루된 직원이 승진할 가능성도 열려있다. 지난해 7월 6명의 부행장을 포함해 약 130명이 넘는 인원의 대규모 인사가 이뤄진만큼 이번 하반기 인사 전 금융사고 연루 직원들에 대한 색출이 이뤄지지 않으면 직원들 반발과 함께 인사 재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은행은 “쇄신 방안을 충실히 이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부점장급 이상 임직원의 가족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등록하고 있다. 이는 자율적으로 등록 가능하다. 앞으로 임직원 관련 여신의 경우 영업점장의 전결권이 시스템적으로 제한된다. 또 준법 제보 활성 차원에서 외부 독립 제보 채널을 도입하고 제보자가 인사·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 절차와 비위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부 규정에 반영했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위행위자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내부 규정에 반영하고 내부자 신고 제도에 외부 제보 채널을 도입하는 등 금융사고에 대한 임직원의 경각심을 제고하는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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