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세계로 뻗는 K-컬쳐 속 되풀이된 K-담합
(서울=NSP통신) 옥한빈 기자 = K-팝, K-드라마, K-푸드가 세계를 휩쓴다. 한국 문화는 글로벌 트렌드가 됐고 국내 기업들은 ‘K-브랜드’라는 이름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고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식탁 가장 가까운 곳에서는 또 다른 ‘K’가 반복되며 시장에 파장을 낳고 있다. 바로 K-담합이다.
밀가루와 설탕. 이 두 품목은 외식·가공식품·제과·제빵 산업의 근간이자 서민 장바구니 물가의 출발점이다. 가격이 오르면 라면·빵·과자·음료까지 줄줄이 인상된다. 그만큼 공정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업계 상위 기업 중심의 과점 구조 속에서 ‘원가 상승’을 명분으로 가격을 올렸고 그 과정에서 경쟁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2021년부터 진행된 제당3사(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의 설탕 가격 담합을 적발(2021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8차례)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7년 같은 혐의로 한차례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에 가담했고 2024년 3월 공정위가 조사를 개시한 이후에도 1년 이상 담합을 유지하는 한편 공정위 조사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대응 논의를 한 정황이 확인됐다. 업계 내부에서 공정위를 의식하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밀가루 제조업체들 역시 가격 인상 정보를 공유하고 담합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위는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대통령 역시 수차례 공개석상에서 설탕, 밀가루 등의 가격담합에 대해 지적해왔고 이 기업들은 더 이상 ‘관행’이라는 명목하에 악습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
기업들은 말한다. “원가 상승”, “인건비 상승” 때문에 힘들다고. 때때로 전쟁이나 코로나 등 국제적인 악재가 겹치며 이들의 말이 신빙성을 얻는 듯 했다. 하지만 다양한 가격 하락 이슈에는 꿈적도 하지 않는 모습과 이번에 겹친 담합 이슈는 시장 신뢰를 스스로 훼손한 결과로 이어졌다.
실제로 국제 원자재 가격은 최근 5년간 큰 변동성을 보였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2022년 설탕과 밀 선물 가격은 급등했지만 이후 2023~2024년에는 뚜렷한 하락 국면도 있었다. 특히 설탕은 2023년 고점 대비 2024년 들어 상당폭 조정을 받았고 밀 가격 역시 전쟁 초기 급등 이후 안정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시세가 오를 때는 즉각 반영하면서 내릴 때는 ‘시장 상황’과 ‘누적 원가 부담’을 이유로 신중해지는 모습은 반복돼 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통령이 ‘설탕세’를 언급하자 기업들은 즉각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구체적인 인하 품목이나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가격 인하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K-컬처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자산이 됐다. 하지만 ‘K-담합’만큼은 반복돼서는 안 될 이름이다. 글로벌 무대에서 프리미엄을 외치기 전에 국내 식탁 앞에서의 공정성부터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국내 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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