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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앞당길 ‘입자 균일화 기술’ 개발…연구팀 “누군가는 풀어야 할 과제였다”
(서울=NSP통신) 최아랑 기자 = 전고체 배터리 시대를 앞당길 결정적 열쇠가 모습을 드러냈다. LG화학이 고체 전해질 입자 크기를 균일하게 제어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LG화학 차세대소재연구소와 한양대 송태섭 교수 연구팀이 함께했다. 현장을 지휘한 이는 LG화학 CTO 산하 차세대소재연구소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PJT 박창훈 PL이다.
지난달 25일 LG화학은 스프레이 재결정화(Spray-Recrystallization) 기술을 적용해 전해질 입자를 균일한 구형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세계적 학술지 Advanced Energy Materials에 게재되며 기술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고체 전해질의 불균일한 입자 문제는 전고체 배터리 성능 저하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혀온 만큼 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실험실에서 만진 입자 하나가 전고체 배터리의 운명을 바꾼다”
박창훈 PL은 연구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해질 입자 하나가 양극과 맞닿는 면적, 이온이 이동하는 길, 전지 내부의 빈틈까지 좌우합니다. 균일하지 않으면 성능이 떨어질 수밖에 없죠.”
그간 고체전해질은 들쭉날쭉한 입자 형상 때문에 양극재와의 접촉면이 고르지 못했고 그 결과 리튬 이동 통로가 끊기거나 저항이 높아지는 문제가 컸다. 이를 해결한 것이 바로 스프레이 재결정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전해질 용액을 미세한 방울 형태로 분사한 후 용매를 건조해 균일한 구형 입자를 만드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노즐 크기·분사 압력·건조 속도 등 변수 조절을 통해 입도 분포를 정확히 제어했으며 이 과정에서 수십 차례의 분석과 실험을 반복했다.
결과는 결정적이었다. 균일한 입자를 적용한 전지는 기존 대비 기본 용량이 15%, 고속방전 성능은 50%나 향상됐다. 고속방전 성능은 전기차·드론·고출력 장비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서 핵심 지표로 평가된다.
◆“산업적 의미는 더 크다…고에너지밀도 전극 구현의 길 열어”
연구의 산업적 가치는 분명하다. 박 PL은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고함량 양극에서도 안정적으로 구동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위해선 고에너지밀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위해 양극재 함량을 높이면 계면 단절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균일한 전해질 입자를 활용하면 이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산업적 의미가 큽니다.”
상온에서의 전기화학적 안정성도 확인됐고 고온 성능과 파우치셀 실증은 향후 추가 연구로 이어갈 예정이다.
또한 스프레이 기반 공정은 이미 리튬이온배터리 양산 라인에서도 사용되는 만큼 곧바로 대량 생산 기술과 연결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 이제 남은 과제는 “계면 안정성과 원가”
물론 해결해야 할 숙제도 남아 있다.
고체전해질과 전극의 계면 안정성, 충·방전 중 미세 균열, 저압 구동성, 고가의 원재료(특히 황화리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난제들 속 이번 기술은 이를 넘어 전고체 배터리 소재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기술은 황화물계 전해질뿐 아니라 할로겐계·산화물계 등 다른 전고체 소재에도 적용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입도 제어가 중요한 소재일수록 기술의 활용 폭은 크게 넓어진다.
◆LG화학 ‘입자 균일성’ 연구, 전고체 경쟁에서 남긴 한 걸음
박창훈 PL과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전해질 입자의 균일성’이 전고체 배터리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직경 3㎛ 남짓한 미세 입자지만 이 크기와 균일도가 전지의 용량·고속 방전 성능·계면 안정성 등 여러 특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이번 기술을 토대로 고체 전해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회사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길은 여전히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했던 기술적 난제를 LG화학이 한 걸음 먼저 넘었다는 점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판도를 가를 ‘입자 균일화 기술’. 그 작은 입자들이 전기차·항공모빌리티·에너지 저장 산업의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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