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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우언(禹言) 산책⓹ - 부호색시(富戶索尸)

NSP통신, NSP인사 기자, 2018-09-10 18:29 KRD7
#특별기고 #우언 산책 #부호색시 #이만호 #빅히스토리랩

❝ 이만호 빅히스토리랩(Big History Lab)대표 ❞

(서울=NSP통신) NSP인사 기자 = 유수(洧水)가 크게 범람해 정(鄭)나라의 부자가 익사했다.

어떤 사람이 그의 시체를 건져 냈는데 부자의 집안에서 시신을 돈을 주고 찾으려 했으나 그 사람이 요구하는 금액이 너무 크자 이 일을 등석(鄧析)에게 물었다.

등석이 말하였다 “안심하시오, 그 사람이 시체를 다른 곳에 팔수나 있겠소?” 이번에는 시체를 얻은 사람도(죽은 부자의 가족들이 쉽사리 사지 않고 망설이자) 걱정이 되어 등석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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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석이 답변하기를 “안심하시오, 당신이 아니면 그 부자의 시체를 누구에게 사겠소?” 하고 말했다.

洧水甚大, 鄭之富人有溺者. 人得其死者, 富人請䁲之. 其人求金甚多, 以告鄧析. 鄧析曰: “安之! 人必莫之賣矣” 得死者患之, 以告鄧析. 鄧析又答之曰: “安之! 此必無所更買矣!” <여씨춘추, 심응람(審應覽), 離謂>

등석(鄧析)은 춘추 시대 말기 정(鄭)나라 사람으로 자산(子産)과 동 시대 사람이다 (BC 545 추정 ~ BC 501).

일찍이 대부(大夫)를 지냈으나 ‘여씨춘추’에 따르면 등석은 옳고 그름을 날마다 바꾸었으며 큰 변론의 대가로는 겉옷 한 벌을, 작은 변론의 대가로는 속옷 한 벌을 받았다고 한다. 그 뒤 등석은 사람들을 혼란시킨 죄로 처형당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여씨춘추’는 자산이 등석을 잡아 죽였다고 기록하고 있으나 이보다 좀 더 앞선 문헌인 ‘춘추좌씨전’ 정공 9년(기원전 501년)조에 따르면 등석을 죽인 사람은 자산 사후 정경이 된 유길을 거쳐 이후 정경이 된 사천(駟歂)이었다고 한다.

흔히 등석은 논리로 무장해 궤변을 일삼는 제자백가의 하나인 명가(名家)의 시초로 여겨진다.

이 우언에서도 등석은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된다는 양가지사(兩可之辭)의 궤변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기 보다는 논쟁을 길어지게 해서 결과적으로 혼란만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말았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해석이 일의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상식과 법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는 항상 억지와 궤변이 난무한다.

‘춘추좌씨전’에 따르면 춘추전국시대 제후국 중 가장 먼저 법률을 인민에게 공포한 것은 정(鄭)나라였다.

기원전 536년 정나라의 대부 자산(子産)은 제후국 가운데 가장 먼저 형서(刑書)를 청동 솥에 새겨 주조했다.

자산이 집권할 무렵 정나라는 군주의 힘이 약하고 지배권력 내부의 암투로 정치가 문란하고 백성들의 무법과 불법 비리 등이 난무하는 등 범국가적인 혼란기에 있었다.

뛰어난 말재간으로 번 번히 자산을 곤란하게 했던 등석이 정나라 출신인 것이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최근 나날이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행정부는 행정부대로, 정치권은 정치권대로, 학자들은 학자대로, 국민은 국민들대로 제각기 해결책을 백가쟁명(百家爭鳴)식으로 내놓고 있다.

NSP통신- (이만호 빅히스토리랩(Big History Lab)대표)
(이만호 빅히스토리랩(Big History Lab)대표)

해결책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그 만큼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겠지만 집이란 것은 삶의 보금자리이자 생활의 필수적인 요건인데 타인의 절박한 사정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저마다 논리로 무장한 채 자기 주장만을 내세우고 있는 것을 보자니 시체를 앞에 두고도 재물 흥정에 빠져있는 등석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사회가 혼란하고 나라의 기강이 바로 서지 않을 때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만을 더 내세우게 된다는 것은 이미 동서고금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또 다른 등석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杞憂)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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