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NSP통신 김용재 기자) = “저는 드라마 쓸 때와 학생들 가르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학생들을 좋은 작가로 길러내고 그 과정에서 저도 배우고 싶습니다.”
뛰어난 필력을 자랑하는 ‘각시탈’의 작가 유현미씨가 조선대 교수에 임용됐다.
이로써 조선대 문예창작학과는 소설가 이승우, 시인 나희덕, 문학평론가 신형철, 방송작가 유현미로 이어지는 한국 최고의 교수진을 갖추게 됐다.
유현미 교수는 이번 2학기부터 학부에서 ‘드라마시나리오 실습’, ‘방송문학 실습’, 대학원에서 ‘영상콘텐츠 연구’를 강의한다.
“좋은 작가는 감독을 무서워하지 않고 시청자를 무서워하는 작가, 사회에 보탬이 되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우리는 계층 간, 지역 간 소통이 안 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해타산이 다른 사람들을 소통시키는 드라마 작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방송작가들이 대부분 서울에 사는 데 저는 대전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어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지방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를 쓰고 싶습니다.”
“광주하면 5·18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항상 빚진 느낌이다”고 밝힌 유 교수는 “드라마 작가는 마이너들에게 힘을 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드라마 작가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 한 발씩 놓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 둘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야 합니다. 드라마를 통해서라도 나눠져 있는 우리 사회가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 연륜이 깊어지면 통일을 다룬 드라마를 꼭 쓰고 싶습니다.”
충남 강경 출신인 유 교수는 이화여대를 거쳐 고려대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난 1992년부터 방송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시대를 관통하는 선 굵은 이야기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 탄탄한 주제의식이 돋보이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데뷔 초기에는 KBS TV문학관 ‘향기로운 우물이야기’, MBC 베스트극장 ‘혼자 우는 사랑’, SBS 미니시리즈 ‘그린 로즈’ 등 단막극을 주로 집필했으며, 지난 2008년 첫 장편 드라마 SBS ‘신의 저울’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배경으로 한 ‘신의 저울’은 법정 스릴러물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산’, ‘베토벤 바이러스’ 등의 쟁쟁한 드라마를 제치고 ‘방송작가대상’과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하는 등 2008년 최고의 드라마로 공인받았다.
그는 ‘즐거운 나의 집’에 이은 세 번째 장편 드라마 ‘각시탈’로 일약 인기작가로 떠올랐다.
지난 1910~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민족의 영웅 각시탈의 활약을 다룬 ‘각시탈’은 항일역사드라마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호평 속에 임종국선생기념사업회가 제정한 임종국 상을 받았다.
올 해 ‘각시탈’ 이후 2년 만에 선보인 ‘골든 크로스’ 역시 폐부를 찌르는 명대사로 '역시 유현미'라는 찬사를 받았다.
유 교수는 “서울대가 모든 분야에서 1등이 아니라 문예창작은 조선대학교 하는 식으로 각 대학이 특화돼 지방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며 “문학적 재능이 뛰어난 학생들이 충분히 좋은 교육을 받고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불씨 역할을 하고 싶다”고 소망했다.
nsp2549@nspna.com, 김용재 기자(NSP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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