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뤄진 10·15 부동산 규제로 예비 청약자들 사이에서 입주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이 넘을까 하는 불안감이 돈다. 특히 20억원 안팎의 이른바 ‘로또청약’의 경우 현금 부자, 강남주민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어 양극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입주 시점에 따라 분양 예정자들의 운명이 갈렸다. 서울과 경기도 12곳에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뒤 입주 시점에 시세가 15억원이 넘으면 잔금 대출 한도가 기존 6억원에서 4억원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약 2억원의 현금이 더 필요한 셈이다.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것도 6·27 규제로 막혀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체감상 현재 창구로 들어오는 질문의 90% 이상은 10월 15일 이후로 잔금대출이 어떻게 되냐는 질문”이라며 “규제가 명확해서 창구에 혼란은 없지만 ‘명확한 것’과 ‘납득이 가능한 것’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시세 15억원 이상일 경우 주담대 한도가 4억원으로, 25억원 이상인 경우 주담대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되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도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하기 때문이다.
10·15 대책 발표 당시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전 금융정책국장)은 “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입 수요를 촘촘히 관리하기 위해 고가주택을 타깃으로 한 대출 한도를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 외곽에 15억 이상 주택이 그렇게 많지 않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경기도에서 서울 강남3구에 맞먹는 신고가 거래는 속출했고 15억원 이상 거래된 아파트는 151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6% 늘었다.
추가 대책까지 예고된 상황에서 이른바 ‘로또청약’이라는 사다리마저 사라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로또청약’은 분양상한가제 적용으로 15억원 전후의 시세차익이 나오는 청약단지를 뜻한다. 로또청약의 경우 20억원에 가까운 현금이 필요하지만 강남 진입의 유일한 사다리라는 인식에 경쟁률이 세 자리수까지 치솟기도 한다. 실제 규제 직전에 이뤄진 동작구 사당동 ‘힐스테이트 이수역 센트럴’ 1순위 청약도 327대 1로 마감됐다.
그러나 이번 6·27 대책과 10·15 대책으로 갭투자가 막히고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대폭 축소됨에 따라 ‘현금 부자’들만의 전유물이 됐다는 토로가 나온다. 특히 규제지역에서 2년 이상 지역 거주자에게 청약 우선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강남주민이 아니라면 도전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0·15대책으로 사실상 ‘로또청약’의 시대는 끝난 것”이라며 “공급 대책을 내놔도 실제로 공급이 늘어나는데 수 년이 걸리는데 공급 대책도 없고 이미 임대 매물도 싹 들어갔다. 사다리를 치우려면 다른 곳에도 눈을 돌릴 수 있도록 물량을 제공해야 하는데 공급이 없이 사다리부터 걷어찬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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