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고정곤 기자 = 지난 2005년 6월 19일 새벽 경기 연천군 최전방 경계초소(GP) 내부반에서는 정적을 깨는 수류탄 폭발음과 총성이 울려퍼졌다.
현장은 장교와 사병 8명이 사망한 참혹한 광경이다. 일명 ‘김일병 총기난사’라는 충격적 사건이다.
당시 군 수사당국은 일등병이던 김동민 사병이 사건 당일 GP내무반에 수류탄 1발을 투척하고, K-1 소총 44발을 난사해 총 10명의 사상자를 낸 7년 전의 이 사건에 대해 내성적인 성격으로 군생활에 적응을 잘 하지 못한 김 일병이 자신에게 욕설 등을 한 일부 선임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계획된 소행으로 사건을 종결졌다.
하지만 유가족들과 일부 언론은 이러한 군 당국의 수사 발표에 의혹을 제기해 왔을 뿐 진상을 규명해내지는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잠잠히 묻혀가던 ‘김일병 총격사건’이 16일 급작스럽게 수면위로 떠올랐다.
한 포털사이트 블로그에 올라있던 ‘530GP사건 현장과 김동민 일병 체포 동영상’이 급속도로 인터넷을 통해 유포돼 확산됐기 때문이다.
약 50분 분량의 이 동영상에는 사건 직후의 처참한 GP내부반 모습 등이 적나라하게 담겨져 있다.
특히 침낭과 담요로만 살짝 가려진 상태의 숨진 장병들의 시신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채 보여지고 있어 충격을 더 한다.
또 영상에는 김일병이 헌병에 의해 체포돼 묶인 상태에서 화약반응 검사를 받는 모습 등이 상세히 기록돼 있다.
공개된 이 영상은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06년 유가족들이 군으로부터 ‘정보공개청구’를 요청해 건네받은 것을 한 주간지 정모 기자가 재차 받아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것이다.
정 기자는 지난 2007년부터 유가족들과 함께 이 사건을 추적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사건의 진실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해 유가족들에게 동의를 얻어 지난해 7월 해당 영상을 “유족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아픔이자 상처이다. 결코 (이 영상을) 흥미 위주나 선정주의로 봐서는 안된다”라고 밝히며, 인터넷 상에 공개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일병 동영상’ 공개는 제기된 의혹들을 풀고 진실을 규명해 달라는 유족들의 항변으로 보이며, 이에 군은 한 매체를 통해 재수사할 의지가 없음을 밝힌 상태이긴 하나 이를 둔 논란의 불씨는 여전해 보인다.
현재 이 동영상은 폐쇄된 상태지만 이미 많은 네티즌들이 다운받은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경로로 재유포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영상을 접했다는 네티즌들은 “놀랍다. 저 정도로 현장이 참혹할 줄이야”, “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또 한 번의 아픔을 준 것 아니냐”, “현장 영상을 실제 보니 정말 의혹이 생길만하다”, “군과 유족, 대체 누가 진실인가?” 등의 다양한 반응등을 보이고 있다.
한편 ‘530GP사건’의 주범으로 지목된 김일병은 지난 2008년 사형을 선고받고 현재 육군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고정곤 NSP통신 기자, kjk1052@nsp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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