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강수인 기자 = 대대적인 내부통제 쇄신에 나선 우리금융지주이지만 여전히 대형 횡령사고, 파생상품 대규모 손실, 실적 부진 등 걱정거리들을 달고 있다.
◆임종룡 회장 “내부통제 강화”, 공허한 외침
올해 초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과제 1순위로 내부통제시스템 강화를 언급했다. 금융의 핵심은 신뢰인데 크고 작은 금융사고들이 연달아 발생하자 신뢰도가 떨어졌고 고객 이탈 우려까지 나왔기 때문.
지난해 우리은행에서 700억원대의 역대급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완전민영화로 가파르게 올라 52주 최고가까지 경신했던 우리금융그룹의 주가가 내림세를 탔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에서는 5200만원 규모의 고객공과금 횡령, 가상자산 투자 목적의 9000만원 규모의 횡령 사고가 드러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신뢰는 금융업이 성립하는 이유이자 본질”이라며 “시장과 고객의 신뢰를 받기 위해 탄탄한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추고 빈틈없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지난 7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부통제 전담인력을 영업본부에 배치하고 내부통제 업무경력을 의무화했다. 또 지점장 평가에 내부통제 경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행보가 무색하게 또다시 우리은행의 악재가 겹쳤다. 이번엔 주식파생상품(ELS) 평가 손실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것. 우리은행 트레이딩부가 ELS상품 관련 파생거래에서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하고 헷지전략을 실행했지만 시장변동성이 극심해 손실 회복을 하지 못해 결국 1000억원에 가까운 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오히려 이를 ‘내부통제가 잘 작동한 사례’로 보고 있다.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 결산으로 기간이 남아있는데 중간에 파악을 해서 손실처리를 한 것이고 고객 돈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기자본으로 운영이 된 것”이라며 “저희가 미리 발견해서 다 조치를 한 것이고 고객 돈이 이라 내부통제가 잘 된 사례로 본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우리은행이 질타를 받는 이유는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사태와 라임사태를 겪고도 관리력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9년 DLF사태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사태로 CEO(최고경영자) 제재를 두 차례나 받았다. 투자자에게 거금의 손실금액을 배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자산관리체계를 개편했지만 내부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것.
◆저축은행 인수, ‘리스크’될까
우리저축은행의 존재감을 키우고 입지를 공고히하기 위해 우리금융지주는 상상인·상상인플러스 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오묘한 타이밍에 우리저축은행의 횡령 사고가 드러난 것. 우리금융저축은행 한 직원이 2015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기타 제지급수수료, 가지급금, 가수금, 이연대출부대비용 등을 허위로 발생시키는 등의 수법으로 총 2억 3400만원을 횡령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최근 우리금융저축은행에 기관주의와 과태료 1억원을 부과했다.
해당 사건은 구 아주저축은행이 우리금융그룹으로 편입되기 전에 발생한 사고다. 그러나 해당 사태가 보도된 시점이 지금인 것이 문제다. ‘우리금융’이라는 간판을 달고 안 그래도 횡령 이슈로 시달리는 곳에 이슈를 하나 더 던진 격이다.
이에 따라 상상인·상상인저축은행 인수로 우리저축은행에 힘을 보탠다는 우리금융그룹의 계획에도 시선이 차가워졌다. 일단 상상인계열 저축은행도 불법대출, 의무대출비율 미준수 등 혐의로 중징계를 받았다. 강한 내부통제 쇄신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우리금융그룹이 또 하나의 오점을 남기는 것일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는 “우리금융저축은행 횡령 사고가 상상인계열 저축은행 인수에 리스크로 작용할지는 검토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실적은 뒷걸음질, 상생금융은 선두에?
우리금융그룹은 ‘사고뭉치’인데다가 실적마저 초라하다. 올 3분기 우리금융그룹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 43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했다. 4대 금융지주(LB·신한·하나·우리) 중 꼴찌를 기록한 것. 같은 기간 KB금융은 순익이 8.2% 증가해 리딩금융 왕자를 지켰고 경쟁사인 하나금융 역시 순익이 4.2%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금융그룹은 상생금융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금융은 지난 3일과 5일 2일에 걸쳐 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 등 취약계층 대상 상생금융 패키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일 임 회장 주재로 우리금융 전 계열사 대표가 모여 상생금융 관련 긴급 회의를 열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금융그룹이 부진한 실적에도 상생금융에 앞장서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이자장사’ 은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전체 수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율이 94.2%인데다 예대마진은 9월 기준 0.82%p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순익은 낮은데 이자 장사로 버는 돈은 많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우리금융그룹의 상생금융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적도, 내부통제도 모두 뒤로 한 채 정부의 목소리에만 귀를 기울인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연합회가 발간한 ‘2022년 은행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시중은행 사회공헌활동 금액을 비교해보니 우리은행이 1950억원으로 가장 낮았다. 하나은행 2058억원, KB국민은행 2035억원, 신한은행 2025억원이다.
이슈가 터질 때마다 내부통제 강화, 조직쇄신에 대한 목소리를 낸 우리금융그룹이지만 목소리가 실천으로 옮겨지는 데까지 속도가 더딘 모양새다. 몸집을 키우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 속도를 내기보다 걱정을 덜어줄 수 있도록 체질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의 경제뉴스통신사 NSP통신·NSP 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