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NSP통신) 이복현 기자 = KT(030200)가 진행한 구조조정이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면장애를 비롯해 ▲우울증 ▲불안장애로 이어지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와 KT새노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은 오늘(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KT 구조조정과 노동자 자살, 긴급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술자에서 노동자로 전출시킨 조직 토탈영업TF와 기존 영업직(법인영업 또 지사) 노동자 302명을 대상으로 5월30일~6월4일까지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토탈영업TF 노동자 중 수면장애 위험군은 45.8%를 차지했고 우울증 위험군은 64.8%를 차지했다. 기존 영업직의 경우도 수면장애 위험군은 22.2%, 우울증 위험군은 36.4%를 차지했다. 불안장애의 경우 위험군은 11.9%로 조사됐다.
구조조정 이후 토탈영업 TF로 강제배치된 노동자들은 상당한 고용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평가결과에 따라 언제든지 재배치될 수 있기 때문에’라는 항목에 76.4%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17.5%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또 ‘KT가 수시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라는 항목에 88.2%가 매우 그렇다, 10.1%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강제 근무지전환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라는 항목에는 79.3%가 매우 그렇다를, 16.8%가 약간 그렇다고 답했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는 ▲무리한 요구, 빨리하라는 닦달(44.4%) ▲인격 무시(53.6%) ▲책임 떠넘기기(57.9%) ▲언어폭력(70.5%) ▲신체폭력 또는 위협(90.7%) ▲성폭력(94.0%) ▲차별 및 왕따(69.9%) 등을 겪었다고 답했다. 문제는 이러한 괴롭힘의 대부분이 상급자(회사)가 고객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구조조정으로 토탈영업TF로 배치됐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정병수 노동자의 유서도 공개됐다. 고 정병수 장인은 회사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KT는 지난해 10월 최대 5800여 명의 본사 인력에 대해 희망퇴직 및 신설법인 전출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구조조정으로 4523명의 인력이 감축됐는데, 이중 1723명은 KT 넷코어(Netcore)와 KT P&M 등 신설 자회사로 전출됐고 2800여명은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한인임 이음 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이번 조사결과의 제언 ▲즉각적인 정신건강 관리가 필요하며 ▲노동자의 동의없는 구조조정에 대한 재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 이사장은 “KT노사는 개별 노동자들을 보호할 의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며 “국회 등을 통해 문제를 환기하고 시민사회와 더불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미영 KT새노조 위원장은 “기술직 업무에 있던 사람들을 영업에 몰아놓고 제대로된 교육없이 영업에 내몰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KT의 기업문화를 변화시키는 노력을 즉각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비상계엄 이후 KT 문제에 신경을 못 썼다. 그 사이 3명이 돌아가셨다”며 “KT는 AI기업으로 가기 위해 인력배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내용을 검토 후 필요하다면 김영섭 KT 대표를 올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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