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NSP통신) 임성수 기자 =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사무금융노조)이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두고 “증권노동자의 생존권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 13일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편의성 강화를 이유로 프리·애프터마켓 신설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거래시간 연장 필요성을 둘러싸고 의견이 엇갈렸다. 영·미 등 주요 선진시장의 거래시간 확대 흐름에 발맞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국내 주식시장 규모와 투자 구조를 고려할 때 실효성이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맞선 것. 다만 거래시간 연장 논의 과정에서 거래소의 소통 방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24시간 거래 서비스 개시를 계획하는 등 글로벌 추세를 감안할 때 거래시간 연장 필요성이 존재한다”면서도 “노동 환경에 중대한 변화가 수반되는 만큼 깊이 있는 다자 간 협의가 선행돼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체거래소의 프리·애프터마켓 사례를 보더라도 해외 투자자 유입 확대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며 “거래시간 연장이 시장 성장으로 직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거래소를 포함한 유관·감독기관의 일방적인 소통 기조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 역시 “해외 선진시장에 발맞춰 거래시간 연장 시류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증권시장의 여건과 구조를 충분히 반영한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무금융노조는 22일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 앞 기자회견에서 이번 거래시간 연장 추진을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독단적 결정”이라고 규정하며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과 이창욱 증권업종 본부장, 이정훈 KB증권지부 부위원장을 비롯한 각 증권사 노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사무금융노조, “코리아 밸류업과 거래시간 연장 연관성 없어”

사무금융노조는 거래시간 연장 반대 기자회견에서 거래소의 의사결정 방식과 제도 실효성, 회원사 부담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은 “한국거래소가 대체거래소 출범 1년 만에 수익성 악화로 오전 7시 개장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코스피가 5000포인트를 돌파한 최근 성과 역시 거래시간 연장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진 위원장은 “거래시간 연장이 코리아 밸류업이나 자본시장 선진화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는 점은 증권업계와 유관기관 모두가 인식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욱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 본부장은 “금융위원회 역시 거래소의 일방적 추진이 아닌 증권 노동자와의 충분한 논의를 전제로 한 단계적 계획 수립 필요성을 밝힌 바 있다”며 “그럼에도 업계 의견 수렴 없이 결정이 이뤄진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증권사 IT 근무자, “거래시간 연장, 시스템 부담·시장 혼란 초래할 것”

거래시간 연장이 증권업계 정보기술(IT) 부문에 과도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거래소 정규장의 주문 체계가 프리·애프터마켓과 상이해 이를 적용해야 하는 회원사의 시스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로 인한 인·물적 자원 확대와 기존 주문시스템 개편이 불가피한 만큼 투자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이정훈 KB증권지부 부위원장은 “거래소가 프리마켓의 정규장 주문 체계 적용 여부를 각 사 판단에 맡기면서 통일되지 않은 거래 체계로 시장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각 증권사는 2026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거래시간 연장을 전제로 한 인력·시스템 투자 계획을 반영하지 못해 제도 변경을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정훈 부위원장은 “이번 사안이 증권노동자의 업무시간과 조직 구조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거래소 단독이 아닌 고용노동부와 노동자, 거래소가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1월 23일 거래소·실무자 설명회 연기…사무금융노조 “기자회견 이후 벌어진 일”

한국거래소는 거래시간 연장 방침을 발표한 뒤 노조가 반대 기자회견을 일정을 공개하자 오는 23일 예정됐던 증권사 실무자 대상 설명회를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사무금융노조는 연기된 설명회에서 거래소의 소통 노력이 단순 ‘보여주기’ 식에 그친다면 의미 없는 일에 불과하다고 경고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23일 예정됐던 거래소의 실무자 대상 설명회는 오는 26일로 연기됐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지적된 사안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발표한 프리·애프터마켓 개설 관련 기존 입장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향후 거래시간 연장에 따른 노무부담 최소화를 위해 트레이딩시스템으로 주문 제한 및 본점 외 지점 주문 금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외 IT 개발부담 최소화를 위해서는 다각적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 기준 증권 거래시간의 연장은 글로벌 증권 플랫폼 시류에 탑승하는 데 필연적인 일이 될 것이다”라면서도 “그러나 이에 대해 시장 구성원들과의 충분한 협의를 통한 공통 이해 도출에 성공했는지는 의문이다”라고 견해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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